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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일상 (부제: 나오니 보이는 것) -1

”적응은 잘 되어가? “

by 주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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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의 일상 (부제: 나오니 보이는 것) -1

”적응은 잘 되어가? “


이번 글은 좀 더 읽는 여러분과 가까이 다가가 보고 싶어서 어투를 바꿔 적어보았습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외국인 노동자의 일상’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 '외국인 노동자'보다는 ‘일상’에 집중하여 새로운 곳에서 만드는 사람 네트워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나라를 옮긴 지 3번째가 되니,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하고 훅하고 지나갔던 것들이 이제는 패턴으로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일상 속의 사람 네트워크입니다. 일상이 나 혼자 만드는 일상도 있지만, 특히 사람을 얽히는 일상을, 여러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주기적으로 맺는 것을 저는 ‘일상 속 사람 네트워크’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영국으로 이사 오게 되면서, 이곳저곳에서 인사로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영국은 어때, 적응은 잘 되어가?’입니다. 인사로 그냥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이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괜히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적당히 ‘응 잘 되어가’라고 하기도 하고, 좀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하고 있어 ‘라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제 대답에 대해서 ’ 적응했지 뭐’라며 ‘천천히’를 빼도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적응 중인 거 같은데.


나는 언제 ‘적응했다. 자리 잡았다 settled’라고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사실 예전에 7년의 네덜란드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에도 내가 나고 자란 곳임에도 불구하고 3년 후에나 ’나 여기에서 나의 자리를 찾은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적응’이 모두에게 다른 의미이겠지만, 저에게 ‘적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 네트워크인 거 같아요. 그리고 내 일상 속에 사람들이 자리 잡고, 그들의 일상 속에 제가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적응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아직은 1년 채 되지 않은 영국 생활은 아직은 ‘적응 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약 2년은 더 걸리겠구나라고 마음 준비하고 있습니다. 너무 서두르면 마음이 힘드까요.


학교 다닐 때에는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주기로 만나는 패턴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던 저는 주말 주중 혹은 낮시간 저녁 시간 구분 없이 학교에서 같이 작업하던 친구들이랑 저녁에도 작업하고, 학교 중간중간에 같이 놀러 가는 것이 그냥 일상이었죠. 학교 친구가 가족이었고, 동료였고,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방학 때 약간 달라지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회인이 되고서 일하는 시간에 만나는 사람과 퇴근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고, 혹은 주중과 주말에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친구 그룹이 생기도라고요.. 그런데 왜 이걸 한국에 와서야 알았냐하면, 네덜란드에서도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했던 회사는 학교 친구들과도 비슷해서 학교 때와 많이 다르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아무래도 저도 친구들도 나이가 들면서 이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다가왔던 거 같아요.


물론 해외에 있는 동안, 한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쌓아온 인연을 이어온 저의 소중한 사람 네트워크도 존재했습니다. 다만, 저는 네덜란드에 있던 7년 동안 ‘1-2년에 한 번 보는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7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들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아 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언제든지 연락하게 되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한두 달에 한 번씩 연락하는 관계도 있고, 일 년에 2-3번 연락하는 관계들이 있는 듯합니다. 심지어 가족도 그들만의 일상이 있었죠. 제가 한국에 오면서 1-2년에 한 번씩 한국에 오는 딸이 아니라 한두 달에 한 번씩 보는 딸이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새로운 맥락에서 사람 네트워크를 다시 쌓아야 하구나. 한국에서의 제 인간관계는 7년 전과 거의 많은 차이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은 7년 동안 한국에서 또 새로운 관계들을 만들었으니까요. 이게 괜히 서운하고 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느낄 필요도 없는데 말이죠. 저도 한국 밖에서 새로운 사람 관계를 만들었으니까요.


일상 속에 관계를 다시 쌓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을 잡는 데에도 연락드리고서는 다시 연락이 와서 새로운 기회로 이어지기까지 짧게는 3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리더라고요. 그렇게 한국에 있는 4년 반동안 사람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심지어 가족부터, 예전부터 알았지만, 하지만 새로 다시 인연을 이어간 친구들,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이 만난 인연들, 겹치는 관심사로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새로 알게 된 사람들 까지 저의 소중한 사람 네트워크를 한 땀 한 땀 만들었습니다. 이 소중한 사람들이 제 일상 속에 자리 잡으면서 제 일상도 훨씬 더 풍족해지면서 ‘아 나도 여기에 속하는구나. 자리 잡았구나. 적응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한번 한국을 떠나기로 했을 때, 외국에서 이어간다고 해도 한국에서와는 또 달라지겠구나 하는 마음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 인연을 어떻게든 어떤 형태로든 이어가고 싶어 현재까지도 최선을 다하고는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영국에는 다양한 제 인연들이 있어 그래도 조금은 덜 걱정이 되었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예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영국으로 온 친구들도 많고, 예전에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남편의 가족들도 있었으니까요. 다만, 그들이 이제까지 쌓아 놓은 그들의 일상이 있고, 제가 그 일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또 새로이 그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아차 했습니다. 그리고 또 저만의 사람 네트워크를 제가 새로이 만드는 일상에서 하나씩 만들어와야 하고요. 그렇게 새로운 일자리에서 새로운 맥락에서 저의 네트워크를,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기에 너무 서두르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시간이 걸리니까요. 아무튼, 저는 천천히 적응 중입니다.


새로운 직장, 동네, 커뮤니티, 학교, 나라 등등으로 이사하면 언제 ‘적응’했다고 느끼나요?


적응이란 대략 이런 네트워크를 엮어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딱 구분 지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커뮤니티로 만났다가 친구가 되기도 하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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