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데이터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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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은 디자이너 - 2
짜릿한 데이터 시각화
정보의 흐름은 권력 혹은 의사결정 과정과 근접하게 맞닿아있다. 조직 내에 혹은 조직 사이의 많은 문제가 정보, 권력, 행동의 의무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할 때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나는 정보를 구조화하고 여러 사람과 정보를 교류하는 도구인 데이터 시각화를 사용한다.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라던가 관계는 종종 당연하게 여겨져 표면적으로 잘 보이지 않고 암묵적인 경우가 많다. 암묵적이라는 것은 실제로는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막혔던 문제의 많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게 되면 가지고 있는 정보로 실제로 어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그리고 그 정보는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제야 의사결정 권한을 혹은 정보와 행동의 의무를 어떻게 나누면 좋을지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각각의 정보를 가진 사람,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 행동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 혹은 같은 경우, 인원이 적거나 많은 경우 등등마다 의사결정에서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
정보를 쥐고 있는 본인도 그 정보가 가지는 의사 결정의 힘을 몰라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암묵적으로 누가 알고 있겠거니 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 정보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경우
정보가 한쪽으로 고립되어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은 할 일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경우
반대로 정보가 없는데 의무만 쥐어주면 이 사람은 일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정보를 가진 사람과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여럿이지만, 실행의 의무를 가진 사람은 정보도 자원도 부족한 경우
혹은 ‘전문가’의 이름으로 각자의 영역 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분야는 그냥 믿고 통째로 맡겼지만, 각자의 전문 분야 범위가 아니라며 다른 전문가에게 문제가 넘겨지면서 돌고 돌게 되는 상황인데, 아무도 행동하지 못한 채 문제가 붕 떠 앉아야 하는 경우
암묵적이었던 것을 드러내는 과정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실제 행동할 의무를 가진 사람은 어림잡아 짐작하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내는 기회가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이를 뒷받침하는 전제가 드러난다. 아하 모먼트로 이어지면 그룹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두 같이 앉아 누가 무엇을 실제로 의무를 실행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내가 사용하는 도구는 데이터 시각화 혹은 다이어그램이다. 긴 텍스트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여러 정보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모두 동일한 시공간에 모아 놓고 시각화할 수도 있지만, 각기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층적으로 시각화를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새로운 정보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고 각자 다른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표면 위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며 정보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 각각 다르거나 같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정보들 사이에 상하관계를 만들어 어떤 정보가 언제 필요한지 정보 수집의 순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정보를 수집하여 구조화하여 서로 간의 관계를 보여줄 때 그 아하 모먼트는 짜릿한 순간이다.
오늘은 처음에 언급했던 날짜인 3월 2일 일요일이고, 현재까지 14개의 글 중 10개의 글을 적었다. 매번 혹은 간혹 혹은 이 글을 시작으로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나머지 4개의 글도 거의 다 마무리가 되었지만, 정리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조금은 느릿하더라도 마저 올리겠습니다.
남은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무리'를 제외하고는 순서는 무작위
- 디자이너의 홈 도서관 만들기 (중 ing)-2
- 도시 덕후 희망자의 도시 집착- 4
- 외국인 노동자의 일상 -2
-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