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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흐 함 Jul 09. 2024

가르치면서 얻은 것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과 환경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을 내가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찾아야 하는지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이지 언어화하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나는 평일의 4일은 회사를 다니고, 나머지 하루는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쳤다. 가르친다는 것의 어떤 점이 내게 즐겁고 계속하고 싶은지를 적어보았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친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을 약 15-6주간 함께 하는 과정을 지켜본다는 것이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그 구성과 방향성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의 위치가 성장하는 것을 응원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성장을 지켜보면서 가르치러 온 내가 오히려 더 많은 배움을 얻은 듯하다. (내가 배운 만큼 내게서도 많이 얻어갔기를..) 나는 이 위치가 운이 참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다음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01. 장점은 다양하다.

02. 꾸준함이 탄탄함을 만든다.

03. 무언가가 필요하면 먼저 요구해야만 상대방도 필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04. 가장 비슷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다.

05. 프로젝트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르치면서 배운 것들을 일하는 데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적어보았다.

06. 성장하는 환경 만들기


01. 장점은 다양하다.  

가르친다는 것은 여러 학생들을 한 번에 마주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는 각기 다른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내가 학생 때에는 디자인을 하는 감각이라던가 컴퓨터 기술이라던가의 몇 가지의 역량만이 장점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디자인의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학생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 다루는 기술이라던가, 다양한 장점들도 디자이너로서 중요한 역량이 되더라. 가르치는 입장으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었다. 나 스스로의 성장은 부족한 부분만 보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면서, 신기하게도 타인의 성장을 바라볼 때에는 장점이 너무 잘 보이더라. 내가 발견한 학생들의 장점들을 언급하면서 그것이 왜 장점인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의 나의 관점을 공유하면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납득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속도로 스스로의 방법들을 찾는 과정을 지켜보고 도움을 주면서 나도 나의 성장과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나가는 기회가 된다.  


다양한 장점이 발견되면서 나의 역할은 정답은 하나 혹은 소수가 아니라, 발견할수록 많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서로 잘 활용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소수 몇 개의 장점과 기준을 가지고 경쟁하는 긴장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환경은 서로 과정을 공유하지 않고, 불필요한 신경전과 불안감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는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더라. 서로 성장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최대화해야 가장 많이 얻어갈 수 있더라.


02. 꾸준함이 탄탄함을 만든다.

약 16주, 4개월간 이루어지는 수업은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 매주 결과물이 어떻든 간에, 놓지 않고 크고 작게라도 꾸준히 발전시키는 학생들로부터 참 많이 배웠다. 진부한 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고, 꾸준히 한다면, 돌려받는 것도 많다고 믿는다.


꾸준히 작업을 하는 친구들의 성장은 어마어마했다. 16주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크고 작게 꾸준히 차근차근 매번 발전시켜왔다. 그렇게 꾸준히 발전시킨 내용은 쌓여 찬찬히 탄탄해지더라. 실력이 쌓이는 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다. 학생들과 나의 회사 동료들을 보아도, 깨지고 또 깨지고도 계속 뭔가 가지고 오는 친구가 결국에는 완성하였다. 더뎌 보여도 고민한 만큼 발전하고 성장하였다. 완성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완벽주의자의 체면치레는 여기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이 들고 와서 많이 깨지고, 또 성장시키는 것이 내가 아는 선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다. 성장하고 싶으면 일단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서 데이터를 쌓고 패턴을 발견하고 거기서 또 목표를 향해 발전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속도와 양이 매번 같을 수는 없다. 또 다른 친구는 꾸준히 올리긴 했지만, 한동안 헤매는 듯했다. 몇 주간은 올리는 양이 적어졌었다. 기말을 1-2주 남기고 내게 따로 이야기할 수 있냐고 하더니, 2-3주 치의 양의 고민을 본인의 생각의 과정을 털어놓았다. 고민을 한 흔적이 잔뜩 담겨 있었다. 프로젝트를 완전히 뒤엎었다. 하지만, 논리가 분명해졌고, 그만큼 탄탄해졌다. 많이 조급했을 텐데, 단계별 질문을 하며 발전시켰더라. 본인이 발전시킨 과정과 이제까지의 결과가 마음에 드냐고 내가 물었더니, 자신 있게 마음에 든다고 하였다. 멋졌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겠지만, 이슬아는 참 닮고 싶은 점이 많은 작가이다. 이슬아는 잘못 쓴 원고도 홍보한다고 하더라. “보여줘야만 는다.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늘지 않는다. “라고 이슬아는 덧붙인다. 그리고 각각의 과정이 다 완벽하게 하려면 오히려 어렵다고 한다. 전체공정을 가볍게. 혼자 해야 한다면서 송길영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다름을 추구하다 보니 기괴함이 나온다. 다음에서 유용을 추구하려면 시도가 많아야 한다.”


03. 무언가가 필요하면 먼저 요구해야만 상대방도 필요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는 도움을 참 못 청하는 사람이었다. 거절당할까 봐, 혹은 무리는 아닐까 하는 등등의 여러 걱정들이 먼저 앞섰다. 하지만, 요구를 들어야 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요구하지 않으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가 어렵더라. 물론 어떤 요청이나 고민이 공유를 해주어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먼저 다가와 무엇이 필요하거나 고민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 요청이나 고민이 항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청을 함으로써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시 제안할 수 있었다.


물론, 요구를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요구를 하는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더라. 특히 대학에서의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는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되었다. 처음에는 본인 이야기 하기를 어려워하고, 질문하기도 어려워하다가도 금방 본인 이야기도 고민도 잘 이야기하게 되더라.


그리고 내가 서로 요구를 하고 들어주는 수업 환경을 만들어주면, 함께하는 이들끼리 그러한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표님의 행동과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학교에서 하던 하는 단어, 행동들이 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용되는 것이 보였다. 내가 학생들에게 한 질문과 말투 그대로 서로에게 질문을 하더라. 서로 요청을 하고 질문을 하고 또 서로 요구를 들어주는 환경을 만들면, 서로서로 사이의 관계에서도 퍼져나가더라.


04. 가장 비슷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배운다.

레퍼런스도 가르치는 사람의 조언도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같은 과정을 같이 겪고 있는 동료이다. 이것은 학교뿐 아니라 회사도 동일했다. 상사에게 거리낌 없이 묻고 도움을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동료에게는 좀 더 쉽게 도움도 구하고 같은 프로세스를 겪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성장의 동반자이다.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수업 동료끼리 서로 피드백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었는데, 그 피드백은 항상 예리하였다.


수업에 함께 하는 인원이 23명이라면, 총 22가지의 관점을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젝트를 22가지의 시선으로 본 학생은 나랑 이야기하면서도, 누구누구가 이런 질문을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 라며 발전시킨 내용을 이야기하였다. 처음에는 선생인 내 의견에만 집중하던 친구들도, 여러 피드백을 받으면서 어떤 피드백을 들을지 판단하기 시작하더라. 그게 아니라요, 라며, 나의 의견에 반론에 펼쳤다. 여러 의견을 듣고 프로젝트를 여러 방면으로 고민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본인만의 시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의견을 비판적으로 보게 되면서 본인의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스스로가 잡는 것을 보았고, 동시에 눈빛이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23명의 시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매번 붙어서 피드백을 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나의 의견은 한 사람의 의견일밖에 낼 수 없다. 하지만, 수업에 함께 하는 동료는 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더 자주 피드백을 하고 의논대상이 되어준다. 본인이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입장 모두가 되면서 본인의 프로젝트도 제삼자의 눈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다. 더하여, 서로의 필요를 눈치채고 서로 필요한 것을 공유하거나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았다. 종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실제적인 도움보다는 격려와 확신인 경우가 더 많다. 함께 하는 동료는 정신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05. 프로젝트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다.

본인의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본인이 가장 많이 고민했고, 가장 깊게 연구했기에 본인이 제일 잘 안다. 물론 가르치는 사람이 어떤 경험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프로젝트를 직접 끌고 있는 본인보다는 더 잘 알기는 힘들다. 프로젝트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면, 그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전적으로 쥐게 되면 태도가 변한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방향도 내가 만들어야 하며, 필요한 것도 내가 상대방에게 요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 의견에 의존했던 학생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매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내게 묻던 친구들도 본인의 프로젝트를 본인이 이끌어도 된다는 것을 아는 순간, 매주 해야 하는 것을 본인이 적어오고 매주 실행하며 프로젝트의 속도가 붙는다.


물론, 처음부터 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프로젝트를 이끌고 가는 것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할 일은 프로젝트를 발전시키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해볼 수 있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었다. 이미 해본 방법론은 필요에 따라 쉽게 적용하고 응용하더라.



그래서, 06. 성장하는 환경 만들기

6-1. 가르치는 것이 의미하는 것. 

가르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리더십이 아닌, 내게 적합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기회였다. 동시에 성장하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집중적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이다. 더하여, 가르친다는 것은 몸에 익숙해져 본능적으로 했던 것을 말로써 타인에게 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논리를 언어화하여 상대방에게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내게 디자인을 새롭게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6-2. 회사와 학교의 유사점. 

회사와 학교는 분명히 다른 점들이 존재한다. 회사조직은 기본적으로 이익과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집단이다. 그리고 더 많은 불확실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학교에서는 선생과 학생이라는 분명한 관계가 존재하지만, 조직에서는 그 관계가 더 복잡하고 미묘하다. 클라이언트나 이해관계자와의 미묘한 신경전이라던가, 동료들 간의 신뢰 형성이라던가, 프로젝트 기간 동안 팀 멤버가 유동적이라던가, 하나의 결과물을 여럿이 만든다던가. 하지만, 비슷한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성장하는 조직은 배움(learning)을 강조한다(머신 러닝처럼 휴먼 러닝을 해야 성장한다). 배움을 경시하는 조직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특히 내가 하던 일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가르치는 것과 유사점이 많았다.

어느 정도 기간, 예산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과정을 직접 디자인한다던가,

그에 따른 성과도 조직과 목적에 따라서 직접 정하여 제안해야 한다던가,

주기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필요를 수용하여 과정을 수정해야 한다던가,

프로젝트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서로가 각자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던가

그리고 모두 성장하고 싶어 한다는 것,


6-3.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환경

유사점을 생각해 보면서 가르치는 동안 내가 내 일을 즐겁게 하였던 환경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 것을 알아야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요구하고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항상 모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아는데에 도움이 된다.

정해진 것과 정해지지 않은 것 : 이를 아는 것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예산, 기간, 참여하는 인원, 프로젝트의 목적 등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내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는데에 용이하다. 이를 위해서는 물어보는 것이 최선이다. 내가 필요한 데이터의 목록을 가지고 직접 물어본다.

프로젝트에 기대하는 것 : 이를 아는 것은 이를 조정하는 데에도 내가 포지션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첫 수업에서 나는 항상 이 수업에서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고, 이 수업에서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것 목적과, 목적이 아닌 것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해관계자 그리고 팀 멤버 사이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것: 서로의 역할이 무엇이지를 내가 이해한 바와 상대방이 이해한 바를 계속 조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처음부터 역할이 분명하거나 신뢰가 쌓여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서로의 권리와 일의 범위, 그리고 책임이 무엇인지를 맞춰가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나의 역할과 범위를 알고, 스스로 정하는 것은 내가 일을 즐겁게 하고 내 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분명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기대치를 비교하며 조정하는 것 또한 나의 몫이다.


6-5. 아름다운 결말 (?)

적고 나니,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모두가 성장할수록 내게도 이득이라니 얼마나 운이 좋은 위치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함께 성장하는 과정과 환경을 만드는 것이 즐겁다. 이것이 내 강점,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더 잘하고 싶다.


현장업무와 교육을 동시에 하셨던 분들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궁금합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코멘트나 인스타그램 DM(https://www.instagram.com/jjjjjujujujuju/)으로 메시지 언제든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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