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못하고를 가리지 않는 온화한 운동이라서요.
호흡과 명상으로 마음까지 챙겨줘서요.
매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어서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매일 목을 빼고 일하느라 거북목이 심해졌고 팔목도 아팠다. 재택근무를 해서 왔다갔다 할 일도 없이 앉아만 있다보니 운동량이 줄었고 몸에 긴장이 들어가서 만성 소화불량이 생겼다.
운동을 하려고 처음 찾은 곳은 헬스장이었다. 인생 첫 PT를 받기 위해 첫 월급의 일부를 희생했다. 손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후부터는 손이 아닌 몸 곳곳이 바들바들 떨릴줄도 모르고. 결제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혹시 앞으로 바디프로필을 찍게 된다면 어떤 컨셉으로 찍을지 생각했다.(찍을 일이 없으니 망상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스포츠 재활의가 되고 싶어 독일에서 공부까지 했다는 젊은 전문 트레이너는 내 몸 어디가 틀어졌고,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코칭해주었다. 그의 말에 따라 운동하는 자세를 약간만 바꿔도 근육이 자극되는 부분이 달라졌다. 피부 깊숙이 자리한 '근육'의 존재를 처음 느꼈다.
'거기 있었구나 너. 앞으로 단백질을 잔뜩 먹여주마.'
하지만 높은 의욕과 달리 PT를 받는 날 외에 따로 헬스장에 방문하지는 못했다. 트레이너가 알려준 운동기구 사용법은 좀처럼 몸에 익지 않아 혼자 가면 기구 앞에서 쩔쩔매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무쇠로 가득한 헬스장에서 왠지모를 위압감을 느꼈다면 혹시 공감할 사람이 있을까. 헬스장이라는 공간은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한 달간 나를 코치해주었던 트레이너는 개인 헬스장을 오픈하게 되어 동네 헬스장을 떠났고, 떠나가는 그와 함께 나와 헬스장과의 인연도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운동을 안할 수는 없고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야 했다. 너무 힘든건 싫다. 경험 상, 내가 즐겁게 느끼는 운동 강도를 벗어나면 다음 번 운동에 가기 싫어지고 습관으로 자리잡기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요가가 떠올랐다. 요가라면 예전에 유투브를 보며 몇 주 정도 꾸준히 따라해 본 적이 있었다. 힘들지만 할만했던 기억이 있어 집근처 요가원을 검색했다. 마침 괜찮은 요가원이 하나 있었다.
요가원에 들어서자, 공간에 가득 찬 아로마 향이 처음 방문해 위축된 나를 반겨주었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 단정히 놓인 싱잉볼, 커다란 창 뒤로 보이는 조용한 주택가와 배경처럼 놓인 산, 향과 음악을 먹고 자란 듯한 식물들.
수업이 시작하기 전 선생님은 내게 요가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유투브로 보고 따라해본 적이 있을 뿐, 잘하지는 못한다'는 내 말에 선생님은 말했다.
"요가에 잘하고 못하는 건 없어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걸로도 충분해요."
헬스장의 열정 넘치는 사람들, 더 강해지기 위해 무거운 것을 쉴새없이 드는 모습도 멋있었지만 역시 나는 이 편이 좋았다. 요가원의 단정하고 차분한 분위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동작을 이어나가는 느릿함, 잘하고 못하고 우위를 가리지 않는 온화함.
다행히 그날 나 말고도 처음 온 사람이 있어 쉬운 동작 위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동작이야말로 제대로 따라하기 어려운 법. 숨이 약간 차고 땀이 나기 직전에 '사바사나' 시간이 찾아왔다. 수련을 마치고 마지막 단계에 하는 동작으로, 요가매트에 누워 죽음처럼 편안한 상태로 온 몸을 이완하는 시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몸을 쓰고, 이완하고, 바라보는 그 순간 찾아오는 행복감을 느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한 후 나의 감정상태가 좋아야 한다고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힘듦보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을 때의 기쁨이 더 크고 오래 남아야 한다고.
요가원을 나서는 길에 한 마디 말이 툭 튀어나왔다.
"아, 매일 요가하러 오고 싶다."
어쩌면 요가가 내게 습관같은 것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