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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 Jun 02. 2024

축제장을 나서며

제주 축제 자랑 작가의 말

축제장에 갔다 온 후 글을 쓰고 있으면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관찰한 사람들, 웃긴 상황들, 뭉클한 순간들을 글로 옮기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더군요. 그래서 글을 쓸 때 참 행복했습니다.


사실 2023년에는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에 잠을 이루지 못한 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운이 쌩쌩한 낮에는 제주의 축제장을 쏘다닌 탓에 2023년은 힘들었던 해가 아닌 가장 많은 축제장을 쏘다닌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잠 못 들던 밤은 기억에서 사라지겠지만 축제의 기억은 오래 남을 테니까요. 감사한 일입니다.


축제장을 다니고 글을 쓰며 삶의 태도에 대한 교훈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쓰면서도 재미있는 글이 있는가 하면 글감을 쉬이 찾기 어려웠던 글도 있었는데요. 돌이켜보니 재미있게 쓴 글의 특징은 주인공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입춘굿의 까투리(실은 장끼입니다.), 들불축제의 집줄놓기 장인, 은갈치 축제에서 긴장한 채 노래를 열창하던 삼춘들이 주인공이었지요.


그들이 언제나 승리하고 웃던 것만은 아닙니다. 까투리는 탈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을 것이고, 집줄놓기 장인은 결국 팀을 우승시키지 못했으니까요. 노래자랑에 참여하려 파마를 예쁘게 말고 온 삼춘도 상을 수상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실망했겠지요. 하지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때로 큰 웃음을, 때로는 눈시울 붉어지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일상을 살다가 힘들 때면 그들을 생각했습니다. 이 순간 발버둥 치는 나의 모습조차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그저 웃길 수도 있고, 슬픈 드라마일 수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순간일 수도 있겠다고 위안받았습니다. 사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삶의 모든 순간이 각본 없는 드라마더군요.


그리고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이자 이야기의 깊은 이면을 파악하고 끝까지 읽어주는 유일한 독자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일한 독자인 자신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라도, 주인공인 나는 하루하루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혹시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이나 오랜 세월 정착해 살아온 제주도민 중 이 글을 읽으며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되도록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연관된 분들의 입장을 고려하려 노력했으나, 외지인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의 흐름이 무례하게 느껴지신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 삶이라는 축제로 무사히 돌아가시기를 바라며 제주 축제 자랑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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