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난 자두를 보면 사람의 마음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 벌레가 파먹은 구멍, 물러져 색이 변한 멍자국.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국은 그대로 남거나 더 심해졌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상처가 난 자리는 아물어도 자국이 남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자두처럼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나이들어가 볼품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로 삶을 처음부터 다시 살고 싶어지는 건 그 때문이었다. 걸러지지 않고 높은 값에 팔리는 상처 없는 자두처럼 나도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최대한 덜 상처받지 않고 구겨지지 않으리라. 더 깨끗하고 고고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어느 깊은 새벽 내 마음에 새겨진 상처 자국을 손으로 헤아리다 그 굴곡이 의미를 가지고 물결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로 깊이 곪은 줄 알았던 자리는 조각의 어두운 부분을 만들어 깊이감을 더해주었고, 자잘한 스크래치는 생동감을 주는 주름이 되었다.
한발짝 떨어져야 조각 작품이 온전히 보이듯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인데, 이겨내니 그 부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싶다. 이 깨달음을 얻고 다니 비로소 최고심 선생님의 작품 중 하나(아래 첨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영광을 최 선생님께 돌리며.
아 참, 상처난 자두에 딱히 악감정은 없으며 주면 맛있게 먹습니다.
최고심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