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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 Jan 04. 2023

사람의 마음은 자두가 아니라 조각작품


상처난 자두를 보면 사람의 마음이 떠올랐다. 날카로운 것에 베인 상처, 벌레가 파먹은 구멍, 물러져 색이 변한 멍자국.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국은 그대로 남거나 더 심해졌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같은 것이라고, 상처가 난 자리는 아물어도 자국이 남고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자두처럼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나이들어가 볼품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로 삶을 처음부터 다시 살고 싶어지는 건 그 때문이었다. 걸러지지 않고 높은 값에 팔리는 상처 없는 자두처럼 나도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최대한 덜 상처받지 않고 구겨지지 않으리라. 더 깨끗하고 고고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하지만 어느 깊은 새벽 내 마음에 새겨진 상처 자국을 손으로 헤아리다 그 굴곡이 의미를 가지고 물결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처로 깊이 곪은 줄 알았던 자리는 조각의 어두운 부분을 만들어 깊이감을 더해주었고, 자잘한 스크래치는 생동감을 주는 주름이 되었다. 


한발짝 떨어져야 조각 작품이 온전히 보이듯 그 당시에는 알지 못하고 지나갔던 순간들인데, 이겨내니 그 부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싶다. 이 깨달음을 얻고 다니 비로소 최고심 선생님의 작품 중 하나(아래 첨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영광을 최 선생님께 돌리며.


아 참, 상처난 자두에 딱히 악감정은 없으며 주면 맛있게 먹습니다.


최고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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