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같이 벌어서 와인에 쓰자

3학년 반장을 찾아서

by 조이엄

거의 매주 모스카토를 사 먹다 보니 1~2만 원대의 모스카토 대부분을 이미 마신 탓에 가격대는 3~4만 원대로 올라갔다. 나중에는 마트(롯데마트나 이마트)에 들어오는 모스카토를 거의 다 마셔 와인샵을 찾아다녔다.


어느 날 그는 찾는 와인이 있다며 강남에 있는 한 와인샵에 가야 한다고 했다. 열정의 척도는 그것을 위해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아직 와인에 그 정도의 노력을 투자할 생각은 없었지만(귀찮았다는 말을 돌려하는 중이다), 강경한 그와 함께 길을 떠났다.


처음 갔을 때 문이 닫혀있어 두 번째 방문만에 진입한 와인샵에서 푸른빛의 테두리가 영롱하게 그려진 모스카토를 만났다.


일명 모스카토 3대장이라 불리는 와인 중 하나인, 브리꼬 꽐리아. 이 모스카토를 마시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이제 모스카토는 많이 마셔 봐서 모스카토 하면 '아는 그 맛'이라고 생각할 정도는 된다고 자부했지만, 더 깊은 맛, 더 다양한 향을 풍성하게 뿜어내는 모스카토를 만나니 태도가 달라졌다.


제일 왼쪽에 위치한 브리꼬 꽐리아.


여기서 와인의 가격대에 따른 와인 맛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면, 가격이 낮은 구간에서는 돈을 조금만 더 써도 높은 퀄리티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


1~2만 원대의 와인 구매 시, 몇만 원을 더 지불해서 3~4만 원대의 와인으로 올라가면 그만큼 더 괜찮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지갑을 더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5만 원대 와인은 그보다 더 맛있고, 7만 원대 와인은 그보다 더, 10만 원대 와인은 그보다 더 맛이 깊다. 이건 마치 평범하게 교육과정을 따라간다고 가정했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 5학년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고, 5학년이 중학교 수학 문제를 풀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니 '가성비 좋은 와인!'이라고 한다면 그 가격대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맛을 일컫는다. 말하자면 학생들 중 보통 성적도 좋고 사교성도 좋은 반장들이랄까. 와인샵에 가서 원하는 가격대의 와인 중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하는 것은 3학년 아이들 중 반장을 골라내겠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와인에 대해 1도 몰랐던 와생아 시기, 내 가치관 상 교육이나 새로운 경험에 돈 쓰는 건 아깝지 않아도 와인 한 병에 몇만 원씩 쓰는 건 아까웠기에 와인에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본인의 입맛에 맞는 가격대에서 취향에 맞게 잘 고른 와인 한 병이 주는 기쁨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월급이 올라도 씀씀이가 커져서는 안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물론, 더 벌게 되면 더 저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나를 정말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딱 그만큼만 지갑을 더 열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