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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엄 Jan 28. 2023

휴대폰을 바꾼다는 것, 습관을 만든다는 것

최근 오래된 내 핸드폰 갤럭시 S8을 아이폰으로 바꾸었다. 기존에 쓰던 휴대폰은 출시년도가 2017년이니 햇수로 무려 6년 차 휴대폰인 셈이다. 12살의 중형 강아지가 사람의 나이로 무려 84세의 노인인 것처럼, 휴대폰의 나이에도 사람의 노화 속도와 차이가 다른 셈법이 존재한다.


한국 Maenggongi(맹공이)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은 소형견, 갤럭시는 대형견과 같아 아이폰보다 갤럭시가 빠르게 나이를 먹는다. 아이폰의 경우 출시한 직후 15살로 시작해 15년씩 나이를 먹어 해가 지날수록 각각 30살, 45살, 60살에 이른다.


출시한 첫 해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시기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이후 다음 해가 되어 30살이 된 아이폰은 새롭게 출시된 신제품과 낱낱이 비교를 당하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또 한 해가 흘러 아이폰이 45살 무렵, 이후 출시된 신제품으로 옮겨간 사람들이 몇 명 있지만 그의 지지층 또한 건재해 휴대폰 케이스 샵에서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찾는 사람이 적어 휴대폰 케이스 진열장의 맨 위나 아랫칸을 차지하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불안한 나이다.


갤럭시는 노화가 더 빠른데, 출시 당시 20살로 시작해 20년씩 나이를 먹어 다음 해에는 40, 그다음 해에는 60살의 '갤럭시 옹'이 된다. 햇수로는 한참 어린 아이폰보다 저렴하게 거래되는 일도 잦다. 그나마 변화를 꾀해 독특한 외형을 갖추면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니 6년 차를 맞이한 내 휴대폰은 근래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동년배를 찾아볼 수 없는 휴대폰계의 큰 어르신이었다. 잔상이 남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도 이전에 어떤 것을 보고 있었는지 읽히던 것은 기본, 배터리가 오래되어 어딜 가든 충전기를 챙기고 다녔다. 반나절만 지나도 골골대는 모습이 꼭 놀러 나갔다가도 찬바람을 맞고 반나절 걸으면 집이 생각나는 내 모습과 닮아


"폰 바꿔야지"


라는 말을 2년 전부터 달고 다녔으면서도 선뜻 다른 휴대폰을 구매하지 못했다. 기계에 대한 관심이나 욕심이 크지 않은 것도 한몫했고, 무엇보다 다음 휴대폰을 구매한다면 갤럭시로 할 것인가 아이폰으로 할 것인가 하는 중차대한 문제에 답을 내지 못해 미뤄왔던 것도 있다.


그러던 휴대폰이 이번 강추위를 제대로 맞았는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제는 2년간 숙고해 온 문제에 결론을 내리고 그를 보내줄 때다. 통화 녹음 기능과 구매해 놓은 c타입 충전핀, 익숙한 조작 방식과 정든 앱을 뒤로하고 가벼운 휴대폰을 찾아 아이폰 미니를 구매했다. (고마웠어요... 나의 갤럭시 S8 옹...)




익숙해진 휴대폰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휴대폰으로 바꾸며, 어플을 다시 깔고 어플의 배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최근 소비를 유발해 왔던 것들은 깔지 않거나 휴대폰 내에서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배치했고 할 일을 적는 To do 리스트 노션 페이지는 위젯으로 만들어 잘 보이게 해 두었다. 쓸데없이 주의를 잃지 않도록 푸시 알람은 최소화했고, 경제 채널과 책 채널을 팟캐스트 구독 목록에 추가했다. 나에게 필요한 좋은 습관을 더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그렇게 귀찮았던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어떤 방향으로 삶을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들여다보고 행동할 수 있었다. 휴대폰 바꾸는 일을 미루던 것은 다시 말하면 변화를 미루던 것이었고, 미뤄왔던 만큼 그동안 변화하고 싶던 부분들이 작은 부분에서 행동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러니 나의 오래된 벗 갤럭시 s8옹이 떠나며 나에게 주고 간 마지막 교훈은 이런 것이다.


실은 약간의 계기만 있으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바꾸고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고,

그러니 계속해서 변화를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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