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세월호, 그날의 기록>을 읽고
무슨 글을 쓰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의미 있는 글이나 말이 될 것 같지 않을 때, 답은 침묵이다. 공감(共感)이라는 것도 감정적 이해의 수준과 격이 어느 정도 비슷할 때라야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타인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헌신이 있어야만 질적으로 의미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괜한 글과 말은 저 바닷물 위의 파도처럼 순간이면 사라지는 허언(虛言)이 되거나, 뜻하지 않은 비수(匕首)가 되어 의도치 않은 곳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감히 쓸 글과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제대로 된 기록이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절제한 채 정제된 기록은, 도려내야 할 아픈 우리의 자화상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700페이지의 이 건조하면서도 아픈 기록을, 이 밤에 다시 읽었다.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는 것 이외에, 더 보탤 글이나 말은 없다. 그저 저자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낼 뿐.
목차를 조용히 깊게 곱씹는 것, 그 자체가 바다 저 멀리 그들에게, 그리고 아픈 분들께 보내는 아주 작은 통곡의 레퀴엠이 될 거라는 기대뿐이다. 아픔과 땀의 기록은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그날의 기록> (세월호 기록팀, 진실의 힘 2016)
1부 그날, 101분의 기록
2014년 4월 16일 병풍도 해상 33
1장 수학여행 37
늦은 출항 38 | 불꽃놀이 46
2장 사고 발생 49
맹골수도 50 | 급변침 55 | 첫 구조 요청 58 | 청해진해운이 제일 먼저 한 일 71 |
기관부 선원, 도주 시작 76
3장 출동 79
쏟아지는 신고 전화 80 | 구명조끼 89 | “지금 침몰 중입니까” 95 |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103 | 움직이지 않는 선원들 106
4장 해경 111
헬기 112 | 123정, 세월호 접안 121
5장 도주와 탈출 129
선장과 선원들 130 | 지켜만 보는 123정 137 | 소방호스의 기적 142
특공대 146 | “애기, 여기있어요” 149 | 창문을 깨다 153 | 침수 156
6장 철수 161
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해경 162 | “몰라요, 구조해준다는데” 165 |
“어선들 철수해, 철수하라고” 170 | 어업지도선, 어선들, 화물차 기사들 172
2부 왜 못 구했나
1장 늦은 출동 181
관제 실패 181 | 상황 파악 안 하는 긴급 전화 195
2장 구조 계획 없는 구조 세력 213
준비 없는 출동 214 | 늦은 상황 전파 217
3장 상황 파악 못 하는 상황실 231
교신 없는 출동 세력 231 | 사라진 현장 보고 240
4장 책임자 없는 현장 267
123정, OSC 맞나 267 | 책임 떠넘기는 지휘자들 271 | 최초의 지휘자 276
5장 123정의 구조 실패 285
왜 조타실로 갔나 288 | “어떻게 선원인 줄 몰라요” 293 | 9분만 접안한 123정 299
6장 난국 305
구조를 흔드는 손 306 | 대통령 보고서 한 줄 316 | 어선 타고 가는 특공대 324
[부록 1] TRS 녹취록을 둘러싼 의문 330 | [부록 2] 해경의 거짓말 351
3부 왜 침몰했나
1장 예고된 참사 367
복원성 악화 373 | 상습 과적 377 | 평형수 감축 384
2장 침몰 원인 392
급격한 우회전 392 | 과적과 부실 고박 406 | 빠른 침수 414
[부록3] AIS 항적도를 둘러싼 의문 421
4부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1장 전조 439
잇따른 사고 440
2장 편법 도입 452
허위 계약서와 증선 인가 456 | 무리한 대출 468
3장 부실한 선박 검사와 운항 심사 472
한국선급, 규정보다 관행 483 | 허울뿐인 시험운항과 운항관리규정 492
4장 책임자들 512
돈의 먹이사슬 512 | 실소유자 유병언 519
[부록 4] 국정원, 끝나지 않은 의문 530
5부 구할 수 있었다
1장 선원이 구할 수 있었다 555
‘선내 대기’ 방송 556 | 선장의 도주와 선원들의 임무 564 | 간부 선원의 역할과 책임 581
2장 해경도 구할 수 있었다 592
선장의 도주와 해경의 책임 593 | 상황 파악, 구조 계획 수립 597 | 퇴선 지휘 600 | 선내 진입 607
3장 구할 수 있었다 624
구조할 시간 625 | 구조할 세력 628
참고기사
나는 왜 세월호 취재에 매달렸나 (한겨레 21 제1107호)
세월호 선원들, 퇴선명령 없이 도주한 이유 드러났다 (한겨레 21, 제 1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