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류의 인간인지, 묻기 전에 먼저 말하라!
앞의 글에서 언급한 피터 드러커의 질문들에 답하며, 필자 본인도 얼마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를 조심스러워하며 살아왔지 깨닫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민낯을 먼저 드러낸다는 것은 (조직에서) 보직을 받는 협상의 게임에서 언제나 불리한 일이고, 위계가 정해져 있는 조직문화에서 살아가는 데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우리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인색하다. 그것은 뿌리 깊은 문화적 컨택스트와도 관련이 있다. (물론 급격히 그 문화가 변하는 중이기는 하다.) 그런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결국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숙명을 띠고 있다. 진실된 형태든 가공된 형태이든 간에, 우리는 조직 내에서 노출이 되고, 상대에게 이해가 된 상태에서 (조직의 일원이라면) 일을 부여받거나 (창업가/기업가라면)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빠르고 효과적으로,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자연스러운, "민낯의 나"에 근접한 상태로 강점 위주로 정리된 자신의 "사회적 페르소나(persona)"를 타인에 각인시킬수록 유리하다.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요, 개인이 최적의 퍼포먼스를 펼치게 되니 결국 조직, 나아가 사회에도 유익한 일이다. 결국, 개인, 조직, 그리고 나아가 사회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관리 측면에서도 개인에게 이런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
일단 나의 강점과 일하는 방식을 객관화시켜 파악했다면, 드러커가 남긴 나머지는 질문들에 대답하면 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What are my values?)
나는 어느 직업군/부류에 속하는 사람인가? (Where do I belong?)
나는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 (What can I contribute?)
가령, 인권과 환경을 훼손하면서 수익을 내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개인의 가치와 배치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없이 해고를 너무 서슴없이 하는 문화의 직장에서는 높은 직급의 사람이라도 가치가 맞지 않아 떠날 수 있다. 반대로 효율성이 떨어지고 컨텐츠보다는 정치를 해야하는 문화에서도 누군가 떠날 수 있다. 가치가 맞지않는 조직과는 장기적 관계형성은 어렵다.
개인의 강점, 일하는 방식, 추구하는 가치까지 파악했다면 내가 어떤 부류에 속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일들,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결론은 이런 식으로 나면 이상적이다.
"이런 일을 하면 저는 잘할 수 있습니다. 제 가치와 강점에 부합하기 때문이죠. 이게 제가 일을 끝내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해야만 저는 당신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해 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게 제 자신이기 때문이죠."
5번의 짧은 글을 쓰면서 몇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동안, 자기관리라는 것은 사실 개인의 차원에서 그간 해 오지 않았던 새로운 차원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러커를 인용하면, 결국 자기관리라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이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다.
"성공한 커리어라는 것은 계획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강점, 일하는 방식,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인지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 자신이 (본질적으로 사회 혹은 조직)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깨닫는 순간,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있지만 그저 평범했던 사람이, 특출 난 결과를 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Successful careers are not planned. They develop when people are prepared for opportunities because they know their strengths, their method of work, and their values. Knowing where one belongs can transform an ordinary person - hardworking and competent but otherwise mediocre - into an outstanding performer.)"
삶을 흐르는 물처럼 생각하며 살았다. 여러 가지 사건과 기회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해왔다. 굳이 복잡한 계획을 하며 살지는 않았다. 미약한 인간이 감히 유한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은 없다. 이 생각은 변함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삶의 CEO라고 생각하고, 자신을 깊이 분석해야만 커리어를 성공으로 이끌고 결국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관점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어떤 일이든 해야만 하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나의 성향과 가치, 장점을 '스스로'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일터의 사람들에게, 주위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짧은 하루하루를 유의미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인생을 이룬다. 단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 자신을 거짓으로 드러내는 것은, 결국 인생의 큰 틀에서는 유익한 선택이 아니다. 정직한 관점으로 나를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이, 결국 심장을 쫓아가는 삶, 시처럼 사는 삶의 트랙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