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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May 07. 2017

Half time 인생 락커룸에서 생각한 일(業)(4)

나는 글로 일하는가, 말로 일하는가? 혼자 일하는가, 함께 일하는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은 일을 해내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드러커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가? (How do I work?)


참고로, 필자는 영문 이력서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써놓았다.


"Fundamental professional focus on getting things done (프로페셔널로서의 가장 근본적인 관심은 어떤 일이든 끝내는 것), achieving success (그래서 성취를 이루고), and sharing it(thus growing) with colleagues (동료 선후배와 함께 성공을 공유하고 같이 성장하는 것)"


일단 무슨 일이든 끝내는 게 중요하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렇게 끝낸 일이 어떤 결과, 어떤 임팩트를 낳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드러커는 추가 질문들을 던진다. 하나하나 개인적인 상황과 연결시켜, 나를 알아가기 위해, 방법론적으로 차분히 숙고해 볼 만한 질문이다.


나는 정보를 읽으면서 (reading) 얻는가 혹은 들으면서 (hearing) 얻는가?

나는 사람들과 섞여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조용히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나는 일터에서 결정을 직접 내리고 책임을 지는 상황을 선호하는가, 의사결정자에게 조언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나는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유연한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해도 괜찮은 부류인가, 아니면 고도로 결과가 예측 가능한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아이젠하워는 연합군 제독 시절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원고를 미리 '읽고' 참여한 기자회견에서는 항상 스타였지만, 대통령이 된 후 전임자였던 루스벨트, 트루먼의 스타일에 따라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즉흥적인 답변을 하는 자유토론 스타일의 기자회견에서는 놀림감이었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리도 누가 좀 더 읽는 데 가까운 사람이고 누가 듣고 말하는 데 능한 사람인 지 알 수 있었다. 성향에 옳고 그름은 없지만, 누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냐는 것은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정보를 읽으면서 얻는다면, 수많은 회의에 모두 참석하기보다 앉아서 읽는 시간을 늘려 분석의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들으면서 정보를 얻는 성향이면 사람을 많이 만나고 거기서 얻은 정보들을 공유하면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팀원으로 일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내지만, 멘토로서는 재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경력이 있다고 해서 유능한 매니저가 되는 것은 아닌다. 페이스북(Facebook)의 주커버그도 채용시 경력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글쓰기로 정평난 윈스턴 처칠도 글쓰기를 따로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쓰면서 익혔다.


내가 사람들과 섞여 일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한 업무 시간 안에 독립성이 보장되는 일을 맡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부담을 가지는 성격이라면, 결정을 내리는 자리는 맡지 않는 것이 낫다. 결과 예측이 되지 않는 상황을 두려워한다면, 스타트업 같은 작은 조직보다는, 큰 조직의 단순 업무를 맡는 것이 일정한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복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떠 일이든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getting things done) 것이다. 끝나지 않은 일은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지식노동자로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일을 (개인의 성취, 그리고 조직과 사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가장 탁월한 형태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 우리가 일을 가장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알아낸 후, 그것을 효과적으로 조직(회사)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많은 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역할을 주로 맡고 싶습니다. 그게 제게 조직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사전 질문만 받겠습니다. 추가 질문은 서면으로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제안해 주신 자리는 중요하고 높은 자리이지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다만,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석 자문관을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하면 이러한 개인적 통찰을, 현실의 조직/사회 문화에 적용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시도는 해봐야 하는 일이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적 성향, 그리고 잘하는 일은, 쉽게 바뀌지 않고, 내게 유리하게 상황을 끌고 나가야 만이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러커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굳이 우리 자신의 성향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라는 것이다. 성향과 맞지 않는 포지션에 있으면 조직에서 어떤 식으로든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몸에 맞고, 자연스러운 일을 할 때, 우리는 성과는 향상될 수 있다. 성향을 정확히 아는 것은, 결국 우리의 심장에 접근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일을 하며 일이 되다 말고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세금 낭비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도, 자본과 에너지를 투자한 일은, 그게 어떤 것이든,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게 되었다. 성공적인 마무리든, 미완의 마무리든, 일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디까지 했는지 측정할 수 있고, 새로운 생각과 기회가 움틀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실제 조직에서 인기가 없어진 일도 조용히 (대부분 내적으로 상당히 힘들지만) 마무리해오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인기가 없는 일이어서 받는 관심이 적을지언정, 그 일에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일을 끝내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노력을 해왔다. 이제 일을 끝내는 것을 넘어, 가장 본질적 성향에 근접한 최적의 일을 맡기 위해 안팎으로 소통의 범위를 더 넓혀야겠다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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