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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Aug 14. 2017

카트만두 공항에서

벌써 1년이 넘은 이야기다. 3년여를 같은 사무실에서 지낸 동료와 카트만두로 마지막 출장을 같이 갔다. 그에게는 마지막 출장이었다. 그는 나보다 꽤 어린, 뉴질랜드 출신 동료였다. 사실 뭐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나이를 따지는 문화에서 벗어날 때도 되긴 됐다.


어쨌든, 경쟁과 끝없는 분투 한가운데, 우리는 그렇게 터 놓고 지내지 못했다. 한국적이지도 않고, 서양적이지도 않은 복잡한 문화를 견디느라 그도 나만큼 힘들었을 테다. 워낙 여유로운 친구였다. 열심히, 그리고 신속하게, 치열하게 일을 처리하며 살아야 함을 배웠던 나는, 그의 여유가 부러운 적도 있었다.


아직은 개발이 덜 된 카트만두 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가 먼저 위스키를 하자고 했다. 그 짧은 위스키 두 잔의 시간 동안 우리는 약간의 장벽을 허물었다. 속을 잠시 토해냈다. 당장의 욕심이 없었던 그는 청량한 삶의 방향성을 원했다. 그답게 별 계획 없이 쉼을 택했다. 은행 잔고도 좀 있고 아직 혼자라, 좀 더 제대로 된 길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길 위에선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었을 거다.

 

카드만두 공항 계류장에서 @김주헌


급변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내면을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어떤 길 위에 서 있지만, 왜 서 있는지 잊곤 한다.


그가 길을 찾기를 바란다. 내게도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는 위스키를 한 병 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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