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지인 미국 달라스의 포츠워스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지독히도 길게 느껴졌다. 미주 및 중남미로의 출장이 한두 번이 아닌데도, 이번만큼은 30분 이상을 눈을 못 붙이고 뒤척이기를 계속했다.
다시 읽을 때마다 깊은 울림을 주는 밥 버포드의 <하프타임 (낮은 울타리, 2007)>을 정독하며, 가족, 동료, 그리고 친구들을 생각했다. 오늘 주어진 하루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쉽게 잊고 살았던가.
불혹 (不惑).
아무것에도 미혹되지 않기는커녕, 아직 무언가 해내지 못했다는 다급함이 내 안에 있다. 미지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탐하지만, 동시에 현실적 안정을 원하는 모순(oxymoron)적 상태, 이게 나의 현재다.
2018년 1월 4일. 나는 콜롬비아 보고타(Bogotá)로 향하는 비행기에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개인적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국제기구라는 직업적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물론, 오랜 내전 끝에 평화 협정을 맺고, 분쟁지역을 재건해야 하는 역사적 시기를 지나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녹색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제로 일한다는 일 욕심도 있었다. 동시에,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은 젊음도 아직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물론 이를 위해 감내해야 할 감정적 소모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콜롬비아에서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인데, 책을 읽고 나니 그 후가 더 고민이 됐다. 이 여정이 끝나면 이제 나는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또 어떤 나라에서 누구를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종국에는, 나는 어떤 남자가 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확대됐다.
그렇게 불혹을 마주한 내게, 보고타행 비행기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많은 질문을 남겼다. 그러나, 이 질문을 이제는 더 이상 뒤로 미뤄 둘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의 삶과 감상을 이 곳에 자유롭게 적어보려고 한다. 2018년, 이 낯 선 곳에서의 삶과 기록이 위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막연히, 그러나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