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이란 어젠다를 중심에 놓고 이런저런 일을 십몇 년 하며 지내고 있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형태의 관료주의와 함께 하며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에 기여했는지 자문하면 심히 답답한 부분도 많다. (p.s. 법과 정책이 있어도 실행은 또 다른 문제다).
어쨌거나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4.5%를 차지하는 livestock 섹터의 변화에 작은 기여라도 해보기 위해 최애 음식이었던 고기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포함한 모든 육류, 해산물 / 계란 제외) 끊은 지 이제 반년이 넘었다. 과거의 식습관을 미루어볼 때 절대 믿지 못하겠다는 주위의 진한 비웃음 속에서 말이다. 이해한다.
반년 이상을 버티니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답답한 마음도 조금 났다. 거대 담론이나 나누며 뜬 구름 잡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열 받는 것보다 (물론 이런 일도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가 있기는 하다!), 뭔가 손에 잡히는 기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 좋다. 식물성 우유도 생각보다 많고,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어떤 작물과 연결된 사회과학적 이야기들이 많다.
위의 그래프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도살되는 동물을 계산한 수치다. 돼지는 14억 마리가 넘고, 소도 3억 마리가 넘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섬뜩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봉준호 감독의 옥자 (Okja)를 조금 늦게 봤는데,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봉 감독도 옥자 당시에 고기를 끊었다가, 그 후부터 몰래 먹는다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