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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혹의 우뇌 Jan 03. 2017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

"팬텀싱어"를 보다 마주한 불편한 진실

임산부 태교에는 이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이 없다며, 아내가 혼자 숨어서 보던 JTBC의 "팬텀싱어". 그저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노래 두세 곡을 듣고, 겨울 휴가 대부분의 새벽을 '다시 보기'로 보내버렸다. 수많은 명곡들과 젊고 매력적 남자들의 감성 향연. 태교에는 당연히 좋을 테고 (아쉽지만 인정하기로 한다!), 불혹을 앞둔 아재까지 복잡한 심경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논리와 근거, 논쟁과 자료수집, 아니면 그 무색무취한 숫자들과 억지로 친해지려, 감성과는 극히 담을 쌓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며 지난 10년여를 버텼는데,  이런 류의 노래는 잠자고 있던 필자의 우뇌를 자극해 버렸다.


"말해줘요 왜 내 머리는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는지 

(Dimmi perche quando penso, penso solo a te)

말해줘요 당신은 알고 있다고, 난 절대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Dimmi che sai, che non mi sbaglierei mai)"


이런 가사를 폭풍처럼 쏟아내는 훈남들의 "Grande amore"라는 노래를 듣다 그만, 감성 전기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가사만을 읽으면 사실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한다면 필자의 감성 넋두리를 아재들은 격하게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자문했다. (누군가) 말해줘요, 난 대체 지금 뭐하고 살고 있는 거지?


팬텀싱어에 출연한 백인태와 유슬기 (사진출처: 서울경제)

이 노래의 영상은 꼭 봐야 한다. 아재들이여 볼륨을 높이고 불타오르던 열정을 추억하라! (클릭 보러 가기)


뜻하지 않은 전기 충격은 불혹의 나이를 1년 앞둔, 옛 감성 문학도의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동시에 삶에서 대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새해를 맞아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해 우연히 집어 든 책,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의 첫 장에서 혼비 백산하며 무너지고 말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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