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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Feb 11. 2019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인터넷이 만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스마트(Smart)한 사람은 누구인가?


스마트한 사람의 정의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집단에서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분류/분석하여 남들과 다른 Insight를 추출하며, 제삼자에게 그것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사람”.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따라 스마트한 사람은 다르겠지만, 내가 공부했던 대학과 회사에서는 유효한 정의인 듯하다.


이런 스마트함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역량은 구글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활용능력이다.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스마트한 결정을 내리고 전달하기 위해서, 도서관에 파묻혀 수십 권의 책을 정독하고 논문을 읽어 내려가는 방법은 이제 고리타분하다.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특히 구글링을 통해)이 경쟁력이 되어버린 사회이다. 혹시 당신도 구글링 잘하는 법을 검색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스마트한 경쟁력이 과연 인간을 정말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일까?


우리의 뇌는 정말 스마트(Smart) 해졌을까?


우리는 정말 똑똑해졌을까? 우리의 뇌는 인터넷 이전 세대의 뇌 보다 더 똑똑해졌을까?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아니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천천히 살펴보자.


첫째는 뇌의 신경가소성이다. 뇌는 변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DNA는 유지되어 있지만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에 따라 뇌는 변한다. 반복과 학습을 통해 특정 뉴런이나 필요한 영역이 개발된다. 인터넷 이전의 세대보다 우리가 더 많은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하는 것은 DNA나 뇌가 개선된 것이 아니다. 그저 더 많고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뇌가 변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화된 뇌는 다른 환경이 주어진다면 또다시 변할 수 있는 가소성을 갖고 있다.


둘째, 우리의 환경은 이미 변했다. 이제 인간은 인터넷, 스마트폰 없이 사회에서 존재하기 힘들어졌다. 시계의 발명은 인간의 뇌에 시간을 주입했고, 타자기의 발명은 인간의 글쓰기를 간결하게 변화시켰다. 글과 언어의 차이가 문화를 만들어 내듯, 우리에게 주어진 인터넷이라는 환경은 우리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하이퍼링크와 방대한 정보의 접근성을 극대화시킨 인터넷은 우리 뇌를 변화시킬 것이다. 아마도 지금보다 더 방대한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변화는 장기기억을 약화시킬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두 종류로 나뉜다.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이 그것들이다. 인간의 뇌는 모든 것을 저장하지 않는다. 마치 컴퓨터의 Temp 파일들처럼 임시 저장되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곳이 단기기억 저장소이다. 단기기억은 이름처럼 단기에만 기억되는 정보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 소멸되기 쉽다.


장기기억은 이와 달리 소멸되지 않고 머릿속에 오랫동안 저장되는 정보이다. 이는 단기기억의 반복, 암기,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저장되는데 마치 무의식과 같이 저장된다. 컴퓨터와 뇌가 다른 점은 이 장기기억 장치의 사실상의 용량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장기기억은 저장될수록 강화되며, 무의식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간의 깊이 있는 통찰력이나 새로운 창의력을 발현하는 원천이 된다.


니콜라스 카는 이런 근거들을 들어 “인터넷의 보급이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었고, 뇌는 이에 맞춰 변화할 것이다. 그런 변화는 사색, 암기, 반복을 통해 발전하는 장기기억에 반하는 변화이며, 이로 인해 인간은 더 생각하지 않게 된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 우린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할까? 니콜라스카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해결방법이 있거나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그림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인간의 이기적인(더 효율적이고 저 편리한) 도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쉬운 사례를 들어 생각해보면, 과연 나는 스마트폰 없이 내일을 살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나는 명상이다. 나는 전혀 명상을 하고 있지 않다. 교육프로그램에서 잠깐 경험을 해본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색의 방법으로 명상을 추천했고, 유발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와 있는 내용이기도 해서 한 가지 방법으로 선택해봤다.


두 번째는 독서와 글쓰기이다. 이 방법은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다. 적어도 인터넷 서핑보다는 깊은 사색을, 댓글보다는 조금 더 고민을 하게 되는 게 독서와 글쓰기다. 이 방법이 나를 얼마나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오늘도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나에게 적어도 작은 위안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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