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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Feb 24. 2019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


‘넛지’란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며 옆구리를 슬쩍 찌르는 것’을 말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센티브와는 다른 개념이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은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적절한 인센티브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한다. 혹은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제학에서는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과연 합리적일까?

 

심리학과 경제학의 중간 어디쯤에 위치한 행동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인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사실을 오히려 반박한다. 만약 당신이 동전을 다섯 번 던진다고 가정해보자. 네 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면 다음은 앞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까? 뒷면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까? 어떤 쪽을 생각하든 사실 정답은 50% 확률이다. 과거 우연의 연속으로 미래를 예측하려는 오류를 범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렇듯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으며 맥락,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더 자세한 설명은 행동경제학 이론이 될 것 같아 생략).

 

이런 인간은 언제나 인센티브로 움직이지 않는다. ‘넛지’를 통해 인간의 옆구리를 찌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사례들 중 하나는 디폴트 값이다. 어떤 A라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을 경우, 선택 옵션을 제시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A라는 옵션을 반드시 선택해야 A를 얻을 수 있는 경우, 다른 한 가지는 A를 거부하지 않는 경우엔 기본적으로 A를 얻을 수 있는 경우(A가 디폴트인 경우)이다. 당연히 후자의 경우 A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넛지’의 개념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넛지’의 실천과 발견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책의 내용을 보면 작가가 사회경제 전반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넛지’의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아주 명쾌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만큼 ‘넛지’라는 개념을 인지하는 것보다, 인지한 ‘넛지’를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던 훌륭한 ‘넛지’ 사례가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가 그 사례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는 기존 은행 및 카드사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카카오뱅크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케이뱅크(또 다른 인터넷은행)와도 달랐다. 기존의 회사들과 케이뱅크의 카드는 인센티브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고객에게 캐시백과 포인트를 더 많이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하지만 고객은 과연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카드를 선택하고 있을까? 그냥 지갑에 있는 카드를 쓰지 않을까? 적립률 1%와 0.5%의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고객은 몇 프로나 될까? 오히려 카드사 직원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시장에서 인센티브를 포기하고 과감히 ‘넛지’를 시도한 회사가 카카오뱅크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는 일단 재밌고 귀엽다. 카카오 뱅크가 가지는 편리함(인터넷 은행이라서가 아니라 카뱅이라 편리하다. 동의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를 사용해 보길 권한다), 이모티콘이 주는 귀여움, 공인인증서 없는 송금 등등 기존과는 다른 ‘넛지’가 있다. 그리고 적립률은 0.2%이다. 가장 유사한 케이뱅크 체크카드는 1.0% 기본 적립이다. 이렇듯 기존의 카드들보다 낮은 인센티브를 제공함에도, 많은 고객들은 카카오뱅크 체크카드를 선택했다. 2018년 8월 말 기준 카카오 뱅크 회원수는 662만, 케이 뱅크는 80만 명이다. 이런 단순한 넛지가 카뱅의 성공의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영업형태와는 분명히 다르다. 단순히 인터넷은행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케이 뱅크와 너~~ 무도 차이가 크다).

 

기존의 카드사나 은행에서도 이런 개념의 카드를 만들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회사의 ‘넛지’ 아이디어를 제안할 훌륭한 인재는 반드시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제안보다 어려운 것이 아이디어의 실천이고, 훌륭한 아이디어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갖긴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박한 확률을 뚫고 훌륭한 ‘넛지’ 아이디어가 세상에 선보여지더라도, 연속되지 않은 ‘넛지’는 고객에게 어필할 충분할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쉽지만 역시 넛지의 실천은 어렵다. 그래도 개념만큼은 어렵지 않다.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은 개념만이라도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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