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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Oct 29. 2021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그냥하지말라 #송길영 #북스톤 [평점 9.3 / 10.0 ]


확실히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강의를 듣는 것보다 머리에 남는 잔상이 큰 것 같습니다. 저자인 송길영 님은 유튜브나 TV 채널에서 많은 강의를 하고 있고, 조금만 검색하면 작가님의 강의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으로 접한 강의의 무게보다 책으로 읽은 내용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글의 내용에 더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변화를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설명'한다기보다는 '전달'한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글의 형식도 딱딱한 문체가 아닌 구어체를 사용하고 있고, 독서를 하는 내내 작가님이 강의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변화의 키워드로는 '분화하는 사회', '장수하는 인간', '비대면의 확산'을 꼽고 있고, 변화를 위한 전략은 '이성적 사고', '업의 진정성', '성숙한 공존'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공자님 말씀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을 따라 읽다 보면 변화에 자신이 얼마큼 적응했고 대응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책 속의 한 가지 예를 설명해보겠습니다. '비대면의 확산' 사례 중 하나인 전화 공포증입니다. 최근 2년 사이에 엄청나게 올라오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문자를 보내거나 글을 쓰는 건 문제가 없는 데 실시간 통화하는 게 유독 스트레스라는 것입니다. 전화는 다소 무례한 표현 방식이고 이미 문자로 소통했는데 전화로 즉각적인 대답을 재차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불편함 때문입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드는 생각에 따라 자신을 평가해볼 수 있습니다.


① 전화하는 게 뭐 어때서?

② 조금은 마음이 불편하지만 급하면 어쩔 수 없지?

③ 전화하는 건 힘든데,, 내가 전화에 용기를 내야 하나?

④ 아직도 저렇게 전화하는 사람이 있어?


자신의 답에 따라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위치도 다를 겁니다. 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지금은 당연한데 나중에는 당연하지 않을 것이 얼마나 많을지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변화를 묵인하는 일은 지양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송길영 님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냥 하지 말라>라고.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는 것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해봅니다. 더 확장하면 지금 보기엔 당연한데 나중에는 당연하지 않을 것이 얼마나 많을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삶의 변화를 돌아봄으로써 알게 된 건, 코로나 19 때문에 생긴 변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들이 이번에 격정적으로 노출됐을 뿐이었습니다.


첫째, 분화하는 사회. 우리는 혼자 살고 좀 더 작아진 집단으로 가고 있습니다. 둘째, 장수하는 인간.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오래 살고 젊게 삽니다. 셋째, 비대면의 확산. 이는 기술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면을 꺼리기 때문에 강화됩니다.


코로나가 부른 변화를 많은 분들은 ‘비대면’이라고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똑같이 회사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라도 부장님과 함께하는 수직적인 형태의 회식은 싫지만, 팀원들끼리 격의 없이 어울리는 수평적인 모임은 좋다는 속내가 나와버린 것입니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Robert Reich UC버클리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이 새로운 형태의 계층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계층은 4가지로, 첫째는 원격층 The Remotes입니다.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전문적 기술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필요한 자원이 모두 디지털에 있어서 노트북만 있으면 일할 수 있죠. 온라인으로 일할 수 있는 투자자, 개발자들은 비대면 세상에서도 어려움이 없고 심지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필수적 일을 하는 사람들 The Essentials입니다. 공공서비스를 하는 분들은 일자리를 잃을 염려는 없지만 위험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기에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의료서비스 종사자가 단적인 예죠. 세 번째는 실직자 The Unpaid들입니다. 이번 코로나에 외식업이나 여행업은 일자리가 줄어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심란한데, 더 무섭게도 마지막 계층이 있습니다. 바로 잊혀진층 The Forgotten, 아예 보이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수감자, 홈리스, 무국적 노동자 등은 의료공백으로 생계의 레벨이 아니라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준비를 해놨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그렇다면 사회 변화를 불평하는 것보다는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것으로 우리는 단순히 안전한 방법을 개발한 것뿐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것을 실행할 수 있고, 심지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성공 확률이 매우 높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나아가 새로운 시도가 결코 위험한 게 아니라는 안정감도 얻게 되었죠. 결과적으로 혁신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동력으로 환원될 것입니다.


상사가 아니라 동료가 되면 가장 무서운 게 뭔지 아십니까? 상대가 일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데이터에서 상사와 관련해 ‘무능’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이유죠.


바야흐로 사람이 상품이 되는 시대입니다. 현대의 노동자들은 유형이건 무형이건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팝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팔 게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경쟁의 추이가 바뀐다면 나는 어떤 능력을 얻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소외되거나 대체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왜 중간값을 추구합니까?


방법은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장인이 되는 것. 즉 프로바이더가 되거나 크리에이터가 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1등이 되어야 하고요. 가운데는 없어요. 결국 이 이야기의 무섭고도 슬픈 결말은, 우리가 완전체가 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고 성장의 기록을 채록하는 것이 곧 나의 프로파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직접 하셔야 하고요. 둘째, 기록으로 남겨야 합니다. 그 성장 과정이 나의 자산으로 환금될 것입니다. 일종의 사회문화적 자본이니까요. 그리고 그게 나의 업이 될 테니까요.


예전에는 근본을 알기 어려웠죠. 입에서 입으로 떠도는 소문뿐이라 어디가 출발점인지 알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수없이 복제 가능한 디지털 예술품도 NFT로 원전이 밝혀집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무엇이 원본인지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모든 것이 기록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거죠.


나아가 이 모든 개인의 정보가 줌인되어 확대되고, 환기되고, 재생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는 ‘일상의 매 순간이 항상 건실해야 한다’는 삶의 법칙이 각자에게 요구될 것입니다.


고민의 총량이란 내가 했던 시도의 총합이므로, 내 전문성 및 숙고의 결과를 파는 것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원류로서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드는 작업이지, 예전처럼 여기 우리 제품이 있다고 알리는 데 몰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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