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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r 15. 2022

<내러티브 넘버스> 다모다란

밸류에이션이의 대가

#내러티브넘버스 #한빛비즈 #다모다란 [평점 9.4 / 10.0]


학부시절 밸류에이션에 한참 빠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치를 숫자로 평가할 수 있다는 매력에 밤늦게까지 공부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처음 들었던 이름이 애스워드 다모다란 교수님입니다. 기업의 밸류에이션 결과를 대중에 공유하고 소통하시는 교수님 덕분에 양질의 학습자료를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교수님이 지금 이 책의 저자인 다모다란입니다.


다모다란 교수님은 내러티브와 넘버를 모두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 = 스토리텔러, 넘버스 = 넘버크런쳐인 개념으로 정통적인 투자방식에서는 이를 양분하여 설명합니다. 일종의 성장주(내러티브) vs 가치주(넘버크러쳐)의 개념입니다. 보통 투자자의 경우 성장주나 가치주 양극단에 몰입한 경우가 많은데, 다모다란 교수님은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연한 대응과 피드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은 정말 어렵습니다. 너무 유연하면 부화뇌동하기 마련이고, 너무 고집하면 아집이 되기 마련입니다. 이래서 투자란 어렵습니다. 그래도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사고의 프레임, 넘버크런쳐의 계산 로직을 상세히 공유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실제 케이스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어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습니다. 그러나 투자를 장기적으로 이어나갈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정독해보아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내러티브 넘버스를 기반으로 한 강의가 있다면 수강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젠간 다시금 돌아볼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수 세기 동안 지식은 세대에서 세대로 스토리를 통해 구전되었으며, 한 번씩 스토리가 전해질 때마다 새롭게 살이 붙거나 왜곡되었다. 스토리의 장악력이 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토리는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도록 도울 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숫자보다는 훨씬 잘 기억된다.


우리는 데이터 위주의 분석이 지닌 한계와 위험성도 잊으면 안 된다. 층층이 쌓인 숫자 뒤에는 편향이 숨어 있고, 정밀해 보이는 추정치의 가면 아래에는 비정밀이 도사리고 있다. 또 의사결정자는 모형에 의지해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변화의 불편함과 동거하는 방법을 배우고, 변화는 피할 수 없으며 변화가 가장 클 것 같은 곳에 가장 위대한 사업 기회와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가치평가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두 번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나는 방정식과 모델만으로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기업을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숫자가 휙휙 바뀌더라도 언제든 돌아가 지침으로 삼을 내러티브 하나 정도는 마련해둬야 한다.


스토리의 구조를 짜는 방식은 지난 2000년 동안 놀랍게도 바뀐 점이 거의 없었다. 모든 스토리는 오랜 세월 똑같은 구조를 뼈대로 삼았다. 그것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극 중심의 구조이든, 모든 고난 신화의 중심에 있는 영웅의 여정을 발견한 조지프 캠벨의 구조이든 마찬가지였다. 다시 말해 소설 속 스토리이건 비즈니스 스토리이건 우리가 유심히 봐야 할 스토리의 기본 구조는 몇 개 되지 않는다.


《어린 왕자》에서 한 소행성을 방문한 어린 왕자는 별들의 숫자를 세는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는 별들의 숫자를 다 세면 그 별들이 자신의 것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어린 왕자》의 이 이야기가 큰 공감을 사는 이유는 무언가를 측정하거나 숫자를 부여하면 그것을 통제하는 힘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숫자 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숫자를 가지고 씨름하면 할수록 순수한 숫자 중심 주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회계에 대한 것이건 시장에 대한 것이건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나는 금융 데이터에 온갖 잡음이 존재하고, 그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과학적 방법을 신봉하지만, 순수한 과학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심스럽다. 모든 연구에는 편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단지 편향의 방향과 크기가 문제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숫자를 과정이나 변수에 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를 통제하거나 이해하게 되었다고 믿는다면 그것 역시 오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의 현상들은 정규분포 확률로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사업과 금융 데이터는 정규분포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그런데도 분석가와 리서처들은 정규분포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모델을 구축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케이스 스터디 5.3_ 가치 파괴의 그림: 페트로브라스 데이터 분석을 데이터 제시로 바꿔 스토리를 담는 일에는 나 역시도 딱히 창의성을 발휘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나는 2015년 5월 브라질 거대 석유 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어떤 식으로 가치 파괴의 악순환에 들어가 시가총액을 거의 1,000억 달러나 잃게 되었는지 분석한 작업은 꽤 창의적이었다


내가 보기에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는 저력이 있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스토리텔러와 청자의 이해를 수렴한다. 만약 상장회사에 투자를 생각하는 잠재적 투자자라면 기업의 가치를 잘 포착한 내러티브를 만드는 스토리텔러가 되는 동시에, 그 스토리에서 가장 어설픈 부분을 집어내는 청자도 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투자에서는 수동적 청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으며, 창업자이건 경영자이건 투자자이건 간에 최종적으로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구체적인 부분과 세부사항일수록 말을 아끼고, 큰 그림과 비전에 대해서는 많이 설명해야 한다.


가능성과 타당성, 개연성의 차이점을 도식화하면 <그림 7.1>과 같다.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한 가지 방법은 ‘가능성 없음, 타당성 없음, 개연성 없음’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초기 단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가능성을 보이는 내러티브에 운을 건다. 그들은 가능성 시험을 통과한 스토리의 일부만이 타당성 시험을 통과하고, 또 그중에서도 아주 일부만이 스펙트럼의 가장 마지막인 개연성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번 장에서 나는 스토리가 거쳐야 할 세 가지 시험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스토리의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시험이고, 두 번째는 스토리가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며, 세 번째는 개연성을 분석하는 시험이다. 기업 규모가 시장 전체보다 더 커진다거나(즉 시장점유율이 100퍼센트를 넘는다거나), 이익률이 100퍼센트를 넘는다는 것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스토리다. 다음으로는 어쩌면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확률은 실낱보다도 작은, 다시 말해 타당성이 없는 스토리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를 설명했다. 각 부분을 따로 보면 말이 되지만, 전체를 보면 서로 충돌해서 말이 되지 않을 때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게 된다.


현금흐름을 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 제일 먼저 회사가 겨냥하는 ‘시장 전체 규모’에 그 시장에서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시장점유율’을 곱해서 매출액을 추정한다. 이 매출액에 ‘세전 영업이익률’을 곱하면 회사의 영업이익이 나오고, 여기에서 ‘세금’을 빼면 세후 영업이익이 나온다. 세후 영업이익에서 회사가 ‘재투자’해야 하는 금액을 차감하면 잉여현금흐름을 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잉여현금흐름에 ‘위험 조정 할인율risk-adjusted discount rate’을 적용해 현재로 할인한 것이 우리가 구하려는 최종 수치이다.


<그림 8.3>은 스토리의 이런 영향을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프레임워크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분야에서 전 생애에 걸쳐 기업들의 스토리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연하다.


마지막으로 정성 요소와 정량 요소를 연결할 때 투자자는 창업자와 경영자가 말하는 주장을 면밀히 조사할 수단을 얻을 수 있다. 이익률이 섹터 중앙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회사가 말하는 브랜드 네임 스토리는 회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난 10년 내내 매출 성장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른 회사가 말하는 고성장 스토리 역시 의심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답이 없는 요소들(현금, 상호출자, 직원 스톡옵션)을 기계적으로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이런 요소들로 인한 결과를 스토리에 집어넣으려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들은 기업이 의도적으로 선택해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숫자로 전환하기 위한 체계적 방법을 구축해두었다면 가치평가를 분해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예를 들어 가치평가의 스프레드시트나 모델로 기업의 매출을 예상할 경우에는 질문의 범위를 좁혀서 가치평가를 행한 분석가가 회사의 전체 시장 범위를 어떻게 잡고, 시장점유율은 얼마로 잡았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이렇게 하면 회사의 사업이나 사업들에 대해 그리고 회사가 그 사업에서 어떤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그림 9.2>는 이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을 제시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은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계를 밟으면 오히려 생산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이 진실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투자와 가치평가의 교리는 그저 믿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8장에서 대조해 설명한 가격결정과 가치평가 과정이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즉 시장은 가격을 결정한 반면, 당신은 가치를 평가한 것이다.


내러티브의 기본 틀을 사용하면 변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그림 11.1 참고>).


자신의 내러티브(그리고 결과로서 추정한 가치)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하면 할수록 쉬워진다. 혹시 모를 일 아닌가? 언젠가는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실수를 인정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만한 평정심은 갖추지 못했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가치투자자는 주당순이익 보고가 기대치에 부합하는지 웃도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적 보고서가 기업과 가치에 대한 내러티브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지에 좀 더 주목하게 된다.


<그림 12.1>은 실적 보고서에 담긴 정보를 반영해 스토리를 바꾸려 할 때 내러티브의 기본 틀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간략하게 보여준다.  


평균 유가와 엑슨모빌의 영업이익을 대비해 회귀분석을 진행했고, 1985년부터 2008년까지의 데이터를 이용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영업이익=-63억 9,500만 달러+9억 1,132만 달러×(평균 유가) R2=90.2%  


기업 스토리의 중심축으로 삼을 수 있는 거시변수는 많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세 가지는 원자재, 경기순환, 국가이다.


첫째,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거시변수들의 상승과 하강 주기는 심하면 수십 년이나 이어질 정도로 길다. 둘째, 거시변수들은 상호연결돼 있고,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시변수에 비해 펀더멘털을 이용해 예측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생산원가와 석유 수요를 가지고 유가를 예측하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과거 미제였던 부분에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 과거와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시장 진입이 쉽고, 저비용으로 규모 확장이 가능하고, 소비자 관성이 낮다면 성장 단계로 진입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많은데, 이런 사업에서는 성숙 기업으로서의 수혜를 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림 14.2>는 이런 과정을 보여준다.


스타트업 단계에서 투자자를 이끄는 것은 큰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대한 내러티브expansive narrative이며, 큰 스토리를 말하는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보상으로 얻는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면 내러티브는 ‘비용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 수익성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다음으로는 기업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확장성scalability을 강조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생산과 경영, 재무 능력의 한계를 시험받게 된다. 모든 시험을 다 통과하고 수익을 내는 성숙 기업에 올라선다면 내러티브의 중점은 ‘진입장벽’과 ‘경쟁우위’로 옮겨가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성숙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이익과 현금흐름을 누릴 수 있는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술과 심리 수준에 맞춰서 투자 철학을 정하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말하는 것이 취향에 맞고, 스토리를 가치에 연결하는 데 능숙하고, 결과가 잘못되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투자자라면 신생 기업에 투자하거나 상장된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 숫자 분석이 구미에 맞고 엄격한 투자 규칙을 따르는 것이 좋은 사람은 성숙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 투자자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이 있다


초기 단계의 기업에서는 적절한 사람이 회사를 이끄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반대로 성숙 기업으로 나아갈수록 최고경영자가 어떤 유형인지가 중요하지 않게 되는 순간이 온다. 특히 나름의 업무 공식이 세워져 있고, 사업도 안정돼 있는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마도 구글과 페이스북 주주들이 의결권을 보호하지 못해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또한 브린/페이지 팀과 저커버그는 기업의 단계 전환기를 잘 넘길 것이다. 하지만 라이프사이클의 어느 단계에 이르면 두 회사에서도 투자자와 경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때가 되어서야 자신들의 부족한 힘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레이엄의 종목 선정방식과 공식은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타인의 생각이나 투자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평가한 기업의 가치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그의 투자 철학은 귀중한 교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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