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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r 28. 2019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어린 시절, 글을 잘 쓰기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배웠다. 다독, 다작, 다상량.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기억한다. 어려서 그 뜻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었다. 어려운 한자단어가 세 가지나 같이 붙어 다니는 걸 보니 괜히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머릿속에 유독 쉽게 남았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다독, 다작, 다상량은 단순히 멋있는 말이 아니라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 듯하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도 글쓰기의 ‘왕도’는 없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넓히고, 생각을 자주 글로 작성해보고, 자신의 글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야 한다. 책에서 말하고 있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이다. 다독, 다작, 다상량과 같은 말이다. 책의 중요 내용을 조금 더 풀어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취향과 주장을 분리하고 주장은 논증하라.

- 글을 많이 쓰고 자신의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들여라.

- 책을 많이 읽어라.

- 말이 글보다 먼저다.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단문을 활용하고 글을 말로 읽어보자.

- 우리글을 바로 쓰자.

- 글을 쓰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이런 글쓰기 방법은 특정 형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인의 보고서, 여행가의 에세이, 사진작가의 사진 설명, 개인만의 비밀스러운 일기장, 블로거의 일상 등에 모두 도움이 되는 글쓰기 방법이다. 물론 유시민 작가님도 이런 방법들은 소설이나 시와 같이 예술성이 필요한 글쓰기에는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예술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재능이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인 듯하다.


나는 아직 다독, 다작, 다상량 중에 어느 것도 충분히 훈련되어 있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족한 부분은 다상량이 아닐까. 나의 글을 인스타나 브런치에 공유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글에 대한 피드백이나 토론 경험이 부족하다. 독서 모임에 따로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쓴 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나마 다상량을 자주 행하는 공간은 회사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장소이다. 회사에서 작성하는 보고서. 누군가가 내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하는 유일한 글이다. 아무래도 내가 쓰고 싶은 글보다는 업무를 하기 위한 글들이 보고서로 작성된다. 퇴근 후 작성하고 있는 지금 이 글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어지는 피드백, 피드백에 따른 수정사항이 탐탁지 않고 귀찮게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도 글쓰기를 위한 훈련이 될 수 있다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은 또 다른 내용은 유시민 작가님의 무재능이다(사실 정말 재능이 없는 건지 의심스럽다). 본인도 노력 끝에 지금의 글을 쓰게 됐고,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본인도 다독, 다작, 다상량을 통해 지금의 글재주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정말 안심이다. 적어도 나도 노력할 여지는 있으니깐. 나태해졌던 나의 글쓰기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것 같아 위안이 된다.


글쓰기에는 분명 ‘왕도’는 없다. 하지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은 지쳐있던 나의 글쓰기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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