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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Apr 08. 2019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읽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손바닥보다 겨우 큰 아담한 사이즈의 책이다. 표지도 깔끔하고 심플하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읽고 있었다면 읽는 이가 궁금해질 만큼 예쁜 책이다. 그리고 그 디자인만큼이나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한 가지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 ‘츠타야’이다. 츠타야는 일본 최대의 서점이다. 하지만 서점이 전부는 아닌 곳이다.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책을 읽은 고객이 원하는 진짜 ‘정보’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래서 책을 파는 곳과는 달리 정보를 파는 방식으로 책들을 큐레이션 한다.

 

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은 고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책’을 파는 서점에 가면 여행 코너를 제일 처음 찾을 것이다. 책장에 꽂혀있는 유럽편, 일본편, 태국편, 모로코편 등등의 서적 중에서 가고 싶은 나라를 구매할 것이다.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정보를 파는 곳은 다르다. 유럽에 가고 싶은 고객은 유럽과 관련된 여행서적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것은 내가 관심이 없는 태국, 일본, 모로코에 대한 책이 아닌 유럽을 배경으로 쓰인 소설, 문화와 역사에 대한 수필, 로마시대 그림에 대한 설명서 등이 꽂혀있다. 한 권을 사려다 두 권을 구매하게 될지도 모른다. 츠타야에서는 이런 큐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의미 있는 여행지를 방문하기 전에 목적지와 관련된 책을 구입하곤 한다. 여행정보 서적과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각각 구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 번에 큐레이션이 되어있는 서점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온라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구글의 여행 검색 로그, 서점 검색기록을 활용하면 관련 여행지의 소설이나 수필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 있으면 좋겠다. 이 정도는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츠타야 서점으로 돌아오면, 이 곳에는 책과 함께 CD, LP, 커피를 함께 판매한다. 공간이 주는 경험을 고객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서점의 온라인화와 유통시장의 디지털화로 오프라인 서점만의 경쟁력이 필요했고, 츠타야는 오프라인 서점만의 경쟁력을 고객 경험에서 찾고 있다. 매력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츠타야 서점을 자세히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추천한다.

https://brunch.co.kr/@veloso/1#comment

 

책의 저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바로 이 츠타야의 창업자이다. 지적자본론에는 훌륭한 경영자이자 기획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내용이 디자인만큼이나 가치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어 느낌이 많이 남은 번역이었다. 일본인 저자의 느낌을 일부러 살리기 위해 남겨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특히 샐러리맨의 기본 소양인 ‘보고-연락-상담’이라는 말은 어색하다. 혹시 ‘요약-보고-리뷰(피드백)’이 조금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담] 현대카드가 츠타야를 모티브 삼아 라이브러리 정책을 펼친 것 같다. 뮤직 라이브러리, 북 라이브러리 등 카드 사용자에게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경험을 선물한다는 컨셉이 유사해 보인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이지만, 츠타와의 성공과는 달리 현대카드는 주춤하는 모양새이다. 공간에 대한 경험이 무조건 적인 성공요인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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