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 UST, Luna, 알트코인 폭락
1. 테라와 루나의 가격 폭락
테라와 루나가 폭락했습니다. 145,000원까지 상승했던 루나 가격은 0.031원까지 하락했고, 달러와 1:1로 패깅 되어 있던 테라(UST)는 알고리즘이 완전히 무너지며 0.23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2년 5월 15일 기준입니다. 말 그대로 폭락했습니다.
문제는 테라와 루나가 그냥 잡코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루나의 경우 시가총액이 400억 달러(약 51조 원)에 이르기도 했으며 암호화폐 시총 10위까지 들어갔던 거대한 코인입니다. 테라는 루나의 자매 코인으로 가격이 항상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51조 원이 자금시장에서 증발했고 이로 인해 코인 시장 전체가 얼어붙으며 260조 원이 날아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부터 왜 이런 폭락이 있었는지 기록해보겠습니다.
2. 스테이블 코인 (Stable Coin)
루나와 테라를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스테이블 코인을 이해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1 usd = 1 coin으로 가치를 연동시킨 가상화폐입니다. 즉 1개의 코인 가치를 1달러로 일정하게 보장하는 가치저장 성격의 코인이죠. 일반적인 스테이블 코인 활용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달러로 스테이블 코인과 교환 → 스테이블 코인으로 비트코인 구매 → 가상화폐 현물 및 선물거래 → 현물 및 선물거래 청산 → 기타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교환 →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로 교환
일종의 가상화폐 시장의 입장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달러로 직접 코인을 구매하면 되는데 중간에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① 규제입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쉽게 코인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업비트나 코인원 등을 통해 쉽게 가상화폐를 사고팔 수 있으며 입출입이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를 직접 구매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 필요한 것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대규모 자금으로 가상화폐시장에 투자를 해야 할 때, 직접 달러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구매하는 것입니다.
② 한번 교환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거래하는 것이 비용, 보안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코인간의 거래수수료는 실물화폐와 코인간의 거래수수료보다 저렴한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코인간의 거래는 신고나 규제에서 자유로운 반면 달러의 거래는 법적인 규제가 명확합니다. 일종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인 거죠.
③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안전한 피난처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의 가격이 폭락하면 투자자들은 달러로 환전하지 않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으로 교환한 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실물자산의 교환 시의 많은 수수료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④ 외국인 노동자들의 달러 송금, 해외 비즈니스 거래처와의 대금 지금, 글로벌 대출상품의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 된 시스템으로 달러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사실상 달러의 역할을 점차적으로 대체하고 있는 중입니다.
3. 스테이블 코인 (Stable Coin)의 종류
이런 스테이블 코인은 테라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달러와의 스테이블 한 상태(1 coin = 1 usd)를 유지하는 방법(Pegging)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담보물 스테이블 코인과 무담보물 스테이블 코인이죠.
- 담보 스테이블 코인 : USDT를 운영하는 테더, USDC를 운영하는 Circle
이들 코인은 말 그대로 달러를 담보로 가지고 있는 코인입니다. 즉 1 coin을 발행하기 위해 1 usd를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코인입니다. 이론상 전혀 문제가 없죠. 일종의 달러의 금본위제와 같이 코인의 달러 본위제 느낌의 코인이죠.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코인의 수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테더와 서클 모두 담보물을 다른 다산에 투자를 한 정황이 포착되었고 과징금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 : UST를 운영하는 테라
담보를 보유하고 코인을 발행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비판하고 생겨난 스테이블 코인이 UST입니다. 사실상 담보를 보유하는 행태는 사실상 은행입니다. 중앙 집권화된 시스템을 보유한 은행과 다를 바가 전혀 없죠. 그래서 알고리즘으로 1 usd와 1 coin을 유지하는 방법을 설계합니다. 바로 이 설계자가 테라입니다.
4. 테라와 루나의 관계
지금부터 테라의 페깅 로직을 설명해보겠습니다.
테라(UST)의 목적은 1 usd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담보 없이 알고리즘으로 가치를 유치하겠다는 코인입니다. 이 마법 같은 알고리즘은 바로 수요와 공급(테라 프로토콜)입니다.
간단합니다. UST의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UST의 공급을 줄이면 UST 가격이 유지되게 됩니다. 이 단순한 수요공급을 유지시키기 위해 도와주는 수단이 루나입니다. UST의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USD 공급을 줄이기 위해 1달러에 해당하는 루나로 교환해주는 것입니다. 그럼 루나를 받기 위해 UST를 팔게 되고 UST의 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 현재 : 1 UST = 0.9 USD, 1 LUNA = 0.8 USD
- 대응 : 1 UST를 1.25 LUNA로 교환
- 단기 결과 : 1 UST 0.9달러에 팔고 1 USD 가치의 1.25 LUNA로 0.1 USD의 차익거래 발생
- 장기 결과 : 다수의 시장 참여로 UST 공급 감소 → 1 UST의 가격이 상승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차익거래가 발생합니다. 해당 로직이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 알고리즘의 로직입니다. 자세하게 공부하려면 너무 복잡하니 결국 시장 참여자의 차익거래로 1 UST는 1 USD로 장기 수렴하게 된다가 핵심임을 기억하면 될 것 같습니다.
4. 왜 루나는 가격이 폭락했나
이제 이런 알고리즘이 깨진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결국 차익거래 알고리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핵심입니다.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수록 시장 알고리즘은 안정화됩니다. 비트코인 자산이 상승하고 크립토 전반의 가격이 오르고 루나 가격이 오르는 상승장에서는 알고리즘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는 것이죠.
이런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인 신규자금 유입이 필요합니다. 이에 테라 재단은 안정적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20% UST이자를 지급하는 스테이킹을 제공(앵커 프로토콜)하고 있었습니다. POS 지분 증명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즉 다수의 지분 참여자에게 보상혜택을 주며 알고리즘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아~주 쉽게 핵심만 더 요약해보면 UST를 예치하면 20% 이자를 지급하는 예금 상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운영사가 UST의 충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만든 것이죠. 이자를 20% 제공하는 은행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돈을 맡기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자율 20%의 느낌에서 폰지사기의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테라 측에서도 점차 이 구조의 문제를 인지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들은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페깅의 수단인 루나 코인의 안정성을 위해 비트코인을 매집하기 시작했고, 유동성 풀의 구조를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 스테이킹 상품 외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었습니다.
또한 수요공급의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고정하다 보니 UST가격 하락이 더 많은 LUNA공급을 야기하기 됩니다. 차익거래를 위한 반대 매수세력이 없으면 가격이 하락하는 자전거래가 계속되는 구조입니다.
- 현재 : 1 UST = 0.9 USD, 1 LUNA = 0.8 USD
- 대응 : 1 UST를 1.25 LUNA로 교환
- 단기 결과 : 1 UST 0.9달러에 팔고 1 USD 가치의 1.25 LUNA로 0.1 USD의 차익거래 발생
- 장기 결과 : 다수의 시장 참여로 UST 공급 감소 → 1 UST의 가격이 상승
- 단기 결과 : 1 UST 0.9달러에 팔고 1 USD 가치의 1.25 LUNA 공급하며 LUNA가격 하락
- 장기 결과 : LUNA가격이 하락하며 UST 가격 하락
결국 이 유동성이 깨지면 루나도 테라도 망가지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외부세력의 의도적인 공격이 있었습니다.
5. 공격의 시작
테라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야기한 공격자가 있습니다. 누가 어떤 사유로 진행했는지는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한 공격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가 돈을 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 공격자는 아주 많은 양의 UST를 팔기 시작합니다. 적당한 가격 하락이 있으면 차익거래를 노린 매수자의 등장으로 페깅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공격자는 차익거래엔 관심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퍼붓는 매도를 퍼부었습니다. 루나 재단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고 교환 불균형이 계속되며 페깅이 완전히 박살 났습니다.
2021년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우상향 하던 알고리즘이 박살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루나 재단은 비상시 준비해 놓았던 비트코인을 팔아서 UST를 직접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방어에 실패하며 페깅은 완전히 몰락해버렸습니다.
공격자들은 비트코인 숏포지션을 통해 큰돈을 벌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공격전에 비트코인 숏포지션을 미리 잡고 UST매도를 통해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뇌피셜입니다. 그러나 다수가 정확상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5. 코인 시장에서의 달러 패권
이렇게 무담보 스테이블은 완전히 시장에서 퇴출된 듯합니다.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의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다만 이 정도 규모로 크게 성장한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의 실패가 처음인 것이죠.
결국 담보가 필수적이며 이는 미국 달러패권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가상화폐시장과 실물 자산을 달러 없이 연결하려는 시도는 실패한 것이죠. 시기도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음모론적인 시각을 배제하고 싶지만 묘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달러의 가상화폐 시장의 지위 강화가 앞으로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의문입니다. 수급적이고 심리적인 이슈로 코인 시장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점은 장기적인 관점입니다. 탈중앙화에 실패한 가상화폐시장의 가치 몰락이거나 또는 완전한 규제하에 놓인 가상 자신 시장의 재반등이겠죠.
가상자산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보고 집중해야겠습니다. 가상자산 시장에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방어에 취약한 프로젝트는 무수히 많습니다. 코인의 활용방안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보다는 데이터 전송의 암호화라는 기본가치에 집중해서 공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워런 버핏의 명언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