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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y 01. 2019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아마존에서 12년간 근무한 박정준 님의 경험을 담은 책이다. 아마존의 문화와 성장동력을 진솔하게 담은 경영서적이자, 자신의 삶의 방향을 독립적으로 설계한 직장인의 자기 계발서이다.

 

구글에 이 책을 검색해보면 화려한 단어들을 볼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아마존’, ‘IT 공룡’, ‘한인 최초로 12년을 근무한 전설’ 등이다. 이런 식의 화려한 수사는 불필요해 보인다. 억지스러운 홍보 글들은 혹시 디마케팅 전략은 아닌지 오해할 정도이다. 오히려 저자인 박정준 님은 겸손하고 덤덤하게 아마존에서의 경험을 전달해주고 있다.

 

백인 사회에서의 한인이 가지는 솔직한 고통과 한계를 말해주기도 하고, 완벽한 네이티브가 아닌 외국인의 적응 노력, 독립을 준비하면서 나름 나태하게 회사에서 보낸 시간들을 솔직하게 말해준다(물론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아무리 좋은 회사를 다녀도 직장인의 고민은 여전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공감대가 저자의 글을 더 신뢰 가게 한다

 

직장인이자 아마조니언이었던 작가 박정준 님은 자신과 아마존과의 관계를 도제와 마스터에 비교했다. 마스터인 아마존의 성장 원리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아마존에서의 시간을 훈련과 배움의 과정으로 생각했다. 극단적이라고 생각될 만큼의 고객중심적인 의사결정, 본질에 집중하는 사고방식, 극강의 효율 중심적 경영 등을 가진 아마존은 마스터로써의 본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

 

그리고 도제인 저자도 본인의 역할을 다했다. 도제로써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인 자유를 얻었다. 마스터의 품을 떠나 본인의 역량을 기반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훌륭한 만큼 아마존이 배출한 아마조니안도 훌륭한 도제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글을 읽는 내내 나와 회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마스터 역할을 해 줄 나의 회사는 훌륭한 마스터 일까? 나는 적어도 최고는 아니지만 훌륭한 마스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20년 넘게 살아남은 50대 상장기업은 그 자체로 훌륭하다. 완벽하지 않지만 마스터로서 배울 점이 충분히 많아 보인다. 그럼 반대로 도제인 나는 지금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까? 마스터 밖을 떠나 자유가 주어진다면 생존할 수 있을까? 아마 다른 마스터를 찾아 떠날 것이다. 이것도 새로운 생존방법이겠지만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훌륭한 도제, 실력이 있는 도제는 마스터가 필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최선을 다 해라 라는 꼰대 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으로 회사만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작정 책을 읽다 보면 기대하진 않았지만 주어진 상황과 딱 맞는 글들을 우연히 만날 때가 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은 이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큰 행운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드는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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