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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y 19. 2019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한국의 개인주의자들을 위한 위로문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을 빗댄 것 같은 이 책의 제목은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공산당 선언으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시작된 것처럼(비록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집단주의 체제의 한국사회에 개인주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선언은 아닐까 싶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개인주의자 선언’에는 이데올로기, 사상 대립과 같은 정치적인 책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주의자로서 문유석 작가님이 느끼는 생각과 경험을 책에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은 우리가 상식과 합리적이라고 믿는 지식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개인주의자 선언이 쉽지 않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개인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먼저 개인주의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개인주의(個人主義, Individualism)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도덕적 입장, 이데올로기, 정치철학, 사회적 시각 등을 의미한다. 개인주의자는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행사하는 것을 촉진하며, 따라서 개인의 독립과 자립에 가치를 두고 개인의 이익이 국가나 사회집단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회나 정부의 기관 같은 외부 요소들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한다.”


간단히 말하면 집단이나 조직보다 개인이 우선되는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기주의 내지는 탐욕주의와 오해되기 쉬운 개념이다. 또한 내가 어렸을 때에는 개인주의자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어 있었다. 기성세대에게 씐 이기적인 행동은 집단주의에 반하는 행동과 동일한 경우가 많았고 개인주의자들은 일종의 내부고발자와 유사한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주의자의 정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 포함되어야 한다. 나의 가치를 최우선 하되 타인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사상이 개인주의가 되어야 한다. 이기주의, 탐욕주의와 다른 점은 바로 이점이다. 우리는 결코 혼자서는 이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사회와 조직에 속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이다. 그렇기에 개인주의에는 나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모두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타인의 가치도 존중하는 개인주의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공감하고, 사회와 집단의 불합리에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이제는 개인주의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이 됐던 부분은 한국사회의 유난한 불행의 원인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갈등으로 진단하고 있는 점이다. 객관적인 지표를 보면 한국은 결코 불행한 나라가 아니다. OECD 가입국, 순위 권의 경제력, 자체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 밤늦게 귀가에서 위험하지 않은 치안 등등 객관적인 지표만을 비교했을 때 한국보다 나은 나라는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비해 우리의 행복지수는 지독히도 낮다.


사실 한국은 집단주의 체제에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기성세대는 조직과 집단에 희생했다. 개인의 희생으로 조직과 집단은 성장했고 성장의 물길이 개인의 물질적 보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성공 공식이 지금도 유효하진 않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와 부동산 구입의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시기에선 조직의 성장이 개인의 보상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부동산 관련해서는 꼭 한번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집단주의의 성공을 경험한 기성세대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소위 말하는 나름대로의 피라미드 정점에 섰다. 집단주의 체제에서 경험한 성과에는 개인의 희생이 당연히 따른다고 생각한다. 성공했던 공식이니 쉽게 부정당하지도 않는다. 또한 개인의 희생에 따른 집단 내로의 진입을 인적 네트워크의 강화로 판단한다. 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개인의 희생은 네트워크 자산을 쌓기 위한 비용인데, 왜 비용을 자산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기 십상이다. 틀리진 않지만 정답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라 믿는다.


조직과 사회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주의자 선언이 많아지고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가 개인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알바는 딱 알바답게’라는 알바천국의 광고처럼, 조직은 딱 조직답게 개인은 딱 개인답게 일하는 세상으로 변해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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