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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Jul 20. 2019

<여행의 이유>, 김영하

당신의 여행은 무슨 이유가 있나요

여행을 소재로 쓰인 9개의 글을 엮은 김영하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분량은 200페이지 정도로 아주 적은 내용은 아니지만, 책에 쓰인 작가님의 생각과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이 책이 짧게만 느껴졌다. 조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들었다.


지난주에 다녀온 휴가 때 ‘여행의 이유’를 읽었다. 휴양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이라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았다. 운이 좋았다. 여행을 하며 여행과 관련된 글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여행은 크게 세 파트로 구분된다.

 

베트남 나트랑의 미아리조트 (Mia Resort)


Part 1 :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행

이때의 여행은 사실 여행이 아니다. 그저 갈 수밖에 없어서 간 이동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실제로 부모님이 이사를 갔으니깐. 군인이신 아버지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다. 창원, 광주, 전주, 인천으로 큰 이사를 다녔다. 덕분에 난 영호남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큰 이사를 2~3년마다 치른 부모님의 고생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당시엔 나 스스로가 힘들었던 기억이 더 크다. 친구도 하나 없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었다. 작은 것 하나로도 놀림받기 쉬운 어린 친구들에게는 사투리 하나도 큰 놀림거리가 됐다. 덕분에 사투리를 굉장히 빠르게 고치기도 했다. 다행히 어린 친구들은 작은 것 하나에 오랜 시간 집중하지도 않아 나도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당시엔 작지 않은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이런 여행으로 인해 가장 괴로운 건 ‘관계의 소멸’이었다.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 간 후 과거의 친구들과는 거의 연락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간의 간극은 서로를 다르게 만들기에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몇 년이 지나고 난 뒤, 창원에서 만났던 초등학교 친구들을 서울에서 다시 본 적이 있다. 아주 반가운 마음에 그들을 만났다. 친구들은 과거의 많은 것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친구들은 관계의 시간이 연속되다 보니 많은 걸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난 너무 많은걸 잊었는데 친구의 이름도 가물가물했다. 친구에게도 미안했고 나 자신에게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 시간의 간극을 다시 채울 수 없는 걸 안다. 그리고 이 간극의 시간 동안 다른 것들이 나를 채워왔고,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으니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관계가 소멸된 친구들과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선 굉장한 우연이 다시 필요할 것 같다. 이 부분은 평생을 두고 아쉬울 것만 같다.

 


Part 2 : 떠나고 싶었던 여행

성인이 되고 나서는 언제나 내가 원해서 여행을 떠났다. 가장 긴 여행은 영국에서의 6개월과 베트남에서의 6개월이다. 영국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다녀온 기간이다. 교육의 목적으로 떠났지만 내 기억에 여행으로 남아있는 건 부모님께 죄송한 부분이다. 베트남에서의 6개월은 인턴 근무를 하게 되어 얻은 기회였는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베트남 사람처럼 생활했다.


그 외에 유럽 배낭여행, 베트남 일주, 네팔 트레킹, 가까운 대만, 일본 등 많은 여행을 떠났다. 일 년에 국내외로 2번 정도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때로는 혼자 가기도 했고 가끔은 친구와 최근엔 여자 친구(지금은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됐다)와 함께 여행했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이 확고해진다. 가장 선호하는 여행은 철저한 자유여행이다. 계획은 최대한 크게 잡는다. 비행이 입국과 출국날짜를 제외하고 최대한 무계획이 좋다. 여행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크게 하루에 한 가지 일정 정도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떠난다.


지독하게 몸이 피곤한 여행은 싫다. 쫓기듯 관광하는 여행은 여기가 회사인지 여행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기대했던 관광지가 별로라고 느껴지면 가차 없이 떠나고, 생각보다 더 있고 싶은 장소가 있다면 얼마든지 더 머무를 수 있다. 일상에서는 선택할 수 없는 시간의 배분이다. 이게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아닐까?


여유가 있다면 근사한 옷 한 벌 챙겨가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에 하루 정도 차려 입고 방문하는 것도 새로운 기분이다. 인스타에 올리기 위한 허세샷을 찍기 위해서도 좋다. 한 장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된다.

 


Part 3 : 떠나려고 하는 여행

신혼여행을 이후로 항상 와이프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있다. 휴양지 관광지 휴양지 관광지를 번갈아 가며 여행 중이다. 앞으로 어떻게 우리의 여행이 변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확실한 건 계속해서 여행을 떠날 거란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면 한 번은 같이 한 번은 따로 가는 여행의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부부동반이 될 수도 있고,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이 되기도 할 것 같다. 어떤 여행도 좋다. 그냥 일상과 다르면 좋다.


기회가 되다면 일상을 여행처럼 만들어보고 싶다. 우리 부부는 모두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부부라는 주체가 모두 직장에 얽매여 사는 일상을 바꿔보고 싶다. 한 번에 둘 다 직장을 그만두는 과격한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용기는 없기에 차근차근 꿈을 꾸며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여행을 떠날 때보다 계획할 때가 더 설레고 행복하다. 지금 우리 부부가 꿈꾸는 여행 같은 일상도 아직은 계획만 하고 있어 더 설레고 행복한 건지 모르겠다. 언젠간 실현되길 기대하면서,,, 일단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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