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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Feb 23. 2020

<종의기원> 정유정

악은 무엇이고 언제부터 악이 되는 것인가

인간이라는 ‘종’은 현세를 완벽히 정복한 지구 최고의 생명체이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유치한 표현임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어떤 마룻보다 생물학적 우위에 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철저한 지배자인 인간은 다른 종의 죽음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며, 인간의 이기라는 본성으로 무수한 다른 종들의 죽음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종인 인간의 죽음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중잣대를 가진다.


인간의 죽음과 다른 종들의 죽음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 다른 종과 같은 종의 생명을 빼앗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인간의 죽음과 다른 종의 죽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는 역사적으로 분명히 존재했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이를 죽이며 살아남은 최고의 ‘종’이다. 만일 그러한 시대에서 죽음에 비범한 인격이 존재했다면 이는 우리 ‘종’에게는 축복이자 영웅이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윤리적인 질문이 남는다. 죽음에 비범한 사람은 악일까 선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은 무의미하다. 죽음에 비범하다는 것, 특히 같은 종의 죽음에 비범하다는 것은 비범한 살인자를 말한다. 전문적인 단어로 사이코패스. 이런 이들에게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이들은 현대를 살아가기엔 절대악이 분명하다.


하지만 ‘종의 기원’에서는 사이코패스를 선과 악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주인공인 유진은 현대를 살아가기엔 최악의 사이코패스 인격체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죽음에 덤덤한 태도를 취한다. 오히려 승부를 이기기 위해서, 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인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죽임은 한 가지 수단이지 악행이라고 깨닫지 못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후천적인 배움으로 죽음에 대한 연민을 학습해 약간의 연민을 느끼는 모습이 있지만 오묘한 광경일 뿐이다.


유진이 악이라고 한다면, 유진은 태어날 때부터 악인인지 자라며 악인이 되었는지 사실 불분명해 보인다. 어린 승부욕이 만든 과욕과 양육과정에서 성장한 악인지 본래 악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소설 안에서도 답은 없다. 태어나고 자란 과정만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꼭 한번 이 책을 읽으며 깊은 생각을 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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