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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n Mun Mar 14. 2020

<21세기 자본> 토마 피케티

조물주 위에 건물주

#21세기자본 #토마피케티 [평점 : 9.1 / 10.0 ]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수요곡선, 생산함수, 한계효용, 게임이론, 쿠즈네츠 커브, 파레토 법칙 등과 같은 이론이나 맨큐, 폴 크루그만, 콥 더글라스, 존 내쉬, 폰 노이만 등의 경제학자들의 이름으로 대표되는 수학적 메커니즘을 통한 경제학을 설명하는 학문이 주류 경제학이다. 사실상 한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학생은 대부분 이 경제학을 배웠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다른 방식으로 경제를 설명하는 학문은 비주류 경제학으로 보면 된다. 요새 비주류 경제학으로 대표되는 분류는 데니얼 카너만의 행동경제학인 것 같다. 전통적인 수학적 분석론의 기반인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라는 기본 가정을 비판하며 인간의 심리학적인 요인을 경제학에 끌어들인 학문이다.


하지만 과거서부터 정통적인 비주류 경제학(이름부터가 ‘정통적’인 ‘비주류’라니 역설적이지만)은 반자본주의적이고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기반으로 한 사회주의 경제학자들이었다. 자본은 불완전하며 노동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제 학문이었다. 이들은 사실상 패배한 것처럼 보인다. 마르크스가 예견한 대로 자본가는 망하지 않았고 자본주의는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사상과 체계를 믿고 공부하는 경제학도들도 형편없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자본이라 이름 붙인 토마 피케티의 2004년 저서는 나름 정통 비주류 경제학(?)의 인사이트를 재조명해주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 주류 경제학의 연구방법을 근거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에 대한 지금까지 해왔던 어떤 데이터보다 오랜 시계열 데이터를 완성했다. 자본이 어떻게 변해왔으며 세계적 추세는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되어갈지를 설명하고 있다.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R은 G보다 크고 인위적 개입이 없는 한 이 격차는 감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R은 자본 소득률이고 G는 경제성장률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본 소득이 임금 소득보다 언제나 높다는 말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체감상 우리가 느끼고 있다. 오죽하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간단히 요약하면 자본 성장률은 연 3~5%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모두 마찬가지로 1900년대 후반 소폭 감소한 듯 보였지만 꽤 많은 숫자인 3~5%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한편 경제성장률은 0~1%의 낮은 성장률이 일반적이다. 1900년대 후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례적이었던 인구성장률에 기반한 것이다. 지속적인 인구성장이 불가능해진 이상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은 불가능하며, 1900년대 후반에 자본주의가 보여줬던 소득불평등 감소 사례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책의 내용은 경제학적인 기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들고 경제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더라고 전공 공부를 하는 것과 같이 상당한 노력을 해야 겨우 책을 완독 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론은 위와 같이 단순하다. 자본주의가 소득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토마 피케티는 자본주의 체계가 야기할 수밖에 없는 소득불평등 대한 해결책으로 누진세와 글로벌 자본세를 부가하자고 주장한다. 사실 굉장히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지만 이 보다 실현하기 힘든 정책도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본을 이해하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세상의 불공평함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에 한편으로 다행스럽긴 하지만, 고민스럽기에 충분한 불평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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