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대한 현대의 고전
P49. 어떤 면에서는 그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 준 사건이 곧 그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원천이기도 했다. 트라우마가 된 과거의 일을 다시 떠올릴 때만 온전히 살아 있는 기분을 느낀 것이다.
P128. 트라우마 치료에서는 과거의 사건에 대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경험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의 머릿속에 트라우마 기억이 우세한 이유 중 하나는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P144. 이 시스템이 망가지면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가해자가 그 간곡한 청을 무시할 때, 어린아이가 침대에 누워서 잔뜩 겁에 질린 채 엄마가 남자 친구에게 맞으며 질러 대는 비명 소리를 들을 때, 친구가 쇳조각에 까려 꼼짝 못 하는데 도와주고 싶지만 도저히 들어 올리지 못할 때, 자신을 추행하는 목사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벌을 받을까 봐 걱정될 때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P170. 트라우마 희생자들은 자기 몸의 감각에 익숙해지고 주의를 기욱이지 않는 한 회복될 수 없다. 깜짝 놀란 상태로 산다는 건 늘 경계 태세에 있는 몸으로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
P191. 대부분의 인간은 다른 사람과 동떨어진 상태로 그리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한다. (중략)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 무관함, 소원함이 주는 지독한 우울함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P255. 트라우마가 된 사건 자체는 종료될 수 있지만, 계속해서 되돌아오는 기억과 재편성된 신경계에서 그 사건은 반복해서 재현된다.
P324. 과잉 흥분 상태든 세상과 차단된 상태든 그러한 상태에서는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가까스로 통제력을 유지한다 해도 지나치게 경직되어 융통성이 없고 고집 세고 우울한 모습을 보인다.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서는 실행 기능의 회복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감과 명랑함, 창의력을 회복할 수 있다.
P557.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남들과 함께 있을 때 안심할 수 있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것이다. 타인과의 안전한 유대 관계는 의미 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형성하는 기본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