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예술영화 같은 독서였습니다. 문장은 유머가 넘쳤습니다. 그러나 문장에 담겨 있는 남녀차별과 인종차별, 이에 대한 법의 한계와 사회적 시선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베르트 할머니의 살인은 개인의 복수가 아닌 사회의 복수가 담겨 있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처럼 '펜으로 그린 칼'이 심장에 꽂히는 묵직한 소설이었습니다.
1.
따라서 산모는 침대를 내주고서, 한 손으로는 갓난애를 대충 추스르며 다른 손으로는 졸병 남편의 짐을 꾸리며 흉터가 난 채로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그야말로 웃기는 시대였다.
2.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예감한 베르트는 과거로 다시 빠져들었다. 얼굴에 어두운 베일이 내려앉았다. 짜임이 촘촘해서 숨도 못 쉬게 만들 정도로 불투명한 베일이었다.
3.
“베르트, 네가 네 불행의 몫을 견뎠다고 해서, 네 삶을 살아보지도 못한 채 평생을 고통스럽게 지낼 필요는 없다.”
4.
문장 하나가 지긋지긋한 두통처럼 베르트의 머리를 두드렸다. ‘뤼시엥이 옆에서 잠을 깼을 때 널 웃게 만들어줄 것 같니, 그 비뚜름한 콧수염과 시큼털털한 입 냄새로?’
5.
베르트가 군인의 가슴을 때렸다. 그녀의 발이 벽을 두드렸다. 그녀는 벽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욕실을 파괴하고 싶었다. 집 전체를 붕괴시키고 싶었다. 그들은 지진이었다. 루터가 활짝 벌린 입안에 야생녀의 젖은 머리칼이 늘어진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동안, 베르트는 계속해서 땅을 뒤흔들었다. 그들은 지역의 모든 지진계를 폭파시키는 중이었다.
6.
로즈는 블랙위도우[암놈이 수놈을 잡아먹는 미국산 독거미. 결혼하는 남자마다 죽는(혹은 죽이는) 과부를 지칭]의 천연덕스런 어조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윽고 그녀가 자기의 배를 가리켰다.
7.
브융으로서는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그 모든 일을 통과한 이 할머니, 그녀가 감방에 갇힌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이분은 충분히 고통을 겪었어, 안 그래? 법이 눈을 감을 순 없는 걸까? 한 번쯤은? 이해해줄 순 없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