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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홍 Jun 18. 2024

태어난김에 그저 살아간다


난 이어폰이 없이는 어디를 다닐 수 없는 사람이, 스마트폰 없이는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극이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빈공간을 나는 견디기 힘든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가끔 귀마개를 꽂고 바깥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현실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때문이다. 우린 현시대에 너무 많은 정보들을 접하며 살아간다. 조선시대때는 옆사람의 수저가 몇개인지까지도 아는 시대였다면, 현재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차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는 시대이다.


이철승 작가가 쓴 ‘쌀, 재난, 국가’에 따르면 남들에게 관심이 많은 것이 우리민족의 특성이 아니라 ‘쌀’에 이유가 있다고 한다. 예전부터 우리민족은 쌀을 재배해왔다. 쌀을 재배하는 것은 밀에 비해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그렇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각자의 밭 일을 도와주는 품앗이라는 문화가 생겨났는데. 여기서 품앗이를 도와준다 할지라도 그 수확의 몫은 밭 주인이 오롯이 가져갔다. 그렇다면 품앗이를 도와준 사람들은 참(간식)이나 소정의 식사를 대접받고 아무런 이득을 받지 않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박씨네 밭의 쌀 수확량이 얼마나 되고, 저 김대감네 밭의 쌀 수확량은 얼마나 되는지를 속속히 알게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현시대에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 반면에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사회가 정해놓은 길을 따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신분제가 명확했던 조선시대를 벗어난지 100년도 안된 지금 우리는 무의식 중에 나와 남의 신분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런 이유때문일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다.  우울증을 겪으면 생각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노동을 하기 최적화된 방향을 어릴때부터 제시한다. 국가든 주변사람들이든, 모두 세뇌를 당한 것처럼. Pew Research Center에서 17개국, 19,000명으로부터 조사한 What do people value in life, 사람들이 인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에서 조사 대상 17개 국 중 14개 국가에서 1위로 가족을 지목했다. 한국인들이 뽑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17개국 중 '돈'이란 물질적 가치를 뽑은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돈이 없으면 생활하는데 굉장한 불편함을 겪는다. 예전에는 없으면 없는대로 살았다면, 현시대는 없으면 안되는, 어떻게서든 있도록해야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인생의 1순위 가치가 ‘돈’이었다. 20대는 돈이 없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잘난 사람들과 비교했다. 우리 가족은 그런 비교를 하지 않는 편인데, 미디어에서 극단적인 부모는 어릴때부터 자식에게 남과 비교하며 더 잘할 수 있다고 자식을 부추긴다.


삶의 의미는 개개인마다 다르게 정해질 수 있다. 종교, 가족, 행복등. 하지만 그 삶의 의미가 돈이라면 굉장히 슬플 것 같다. 하지만 본능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삶의 의미가 돈, 섹스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죽더라도 세상에 자신의 DNA를 남기고자 자식을 낳으려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섹스를 원하는 것이고, 생존을 위해 돈을 많이 벌어 후대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려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순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들도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태어날때 아기에게 삶의 의미가 주어졌는가? 그렇지 않다. 삶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나 없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순서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기독교에서 사람이 태어난 이유는 ‘하나님의 기쁨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종교를 선택할 수 도,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갈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시작의 모든 것은 역설적이게도 자극이 없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그 빈공간에서부터 시작된다. 빈공간에서 생각이란 것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남들이 준 선택지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보를 접하고 생각을 해서 스스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이 정해놓은 정의를 바라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내겐 삶의 의미가 종교이기엔 회의감이 너무 많이 들고, 행복이기엔 죽고나서 남는 것이 없기때문에 허무함이 많이 들고, 돈이라기엔 돈으로 매길 수 없는 내 인생이 아깝기만 하다. 그렇게 오늘도 난 태어난 김에 그저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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