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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홍 Jun 19. 2024

둥지

난 목사님인 아빠를 따라서 교회에서 먹고 잔다. 교회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가끔 새들이 유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부딪혀 땅에 떨어지고 한다. 지난해에는 교회 구석에 제비 부부가 둥지를 지었다. 제비가 집을 지으면 집에 있는 아기 제비들이 둥지 밑으로 응가를 싸고는 하는 데, 양이 상당하다. 아기 새들은 둥지가 좁다보니 서로를 밀친다. 그러다가 가끔씩 아기제비가 땅에 떨어지고는 하는데 지난해에는 어느 한 아기제비가 떨어져 다리를 다쳤다. 아빠는 그 아기제비를 목격하고 사택에 아기제비를 데리고와 물도 주고 곡식도 준다. 카톡으로 가족 단체카톡방에 사진을 보냈는데, 너무 귀엽고 가여웠다. 그리고 아빠는 지극정성으로 몇일동안 아기제비를 돌보다 밖으로 내보내줬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흥부처럼 금은보화를 자라게하는 씨를 몰고 오려나?’


아기제비들이 다 커서 떠난 빈 둥지를 치웠다. 그리고 올해 똑같은 자리에 제비부부가 열심히 둥지를 지어 아기제비 4마리를 낳는다. 우리 가족에게 금은보화는 없었지만, 우리 교회 구석이 그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금은보화였다. 이제는 요령이 생겨 응가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떨어져서 굳지 않도록 둥지 아래 상자박스를 펼쳐 놓는다.


가끔 둥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4마리의 아기제비들을 보기 위해 둥지를 찾을때면 아기제비들은 세상모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제비 부부가 나를 위험대상으로 알고 있는지 혹은 반가워서 인지 짹짹거리며 둥지 주위를 맴돈다.


여름이 오기 전, 초여름 날씨는 선선하다. 덥지 않아 밖에 나가 앉아있기 좋은 날씨인데, 그래서 나는 틈만나면 아기제비들을 보러 나갔다. 아기제비들도 커서 둥지를 떠나겠지, 나는 법을 배워서 하늘을 날고 자유롭게 살겠지.


내게 부모님은 언제든 힘들면 찾아올 수 있는 둥지같은 존재다. 난 군대를 전역하고 지난 동안 사회에 호기롭게 나가 내 사업을 한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매출은 내 생각대로 나오지 않았고, 일거리를 영업해오는 것 또한 정말 어려웠다. 그렇게 난 몇번의 사업을 말아먹는다. 김칫국에 밥말아 먹듯 시원하게.


그럴때마다 난 내 둥지에 기어들어간다. 그리고 자식의 힘듦을 모른척하는 부모는 반갑다고 웃는다.

힘들었지, 고생했어라는 말보다 힘듦을 모른척해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또 반겨주는 건 얼마나 감사한지.


난 생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둥지같은 존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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