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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홍 Jun 22. 2024

각자의 색깔

오랜 친구와 나는 예전부터 인생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길에 따라 걸었던 우리는 어떻게하면 돈 벌고,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난 본능적으로 남들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을 꺼려했던 것 아닐까 싶다. 예를들어 난 주황색인데 그 색깔은 너무 튀고, 성공할 수 없는 색깔이라며 은연 중에 얘기를 들어왔다. 몇번의 퇴사와 창업 실패를 겪고 내 자신이 남들과 같은 색이 되려고 아등바등했던 나를 보게되었다. 물론 그들의 색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렇게 나에게 맞는 주황색이 되기 위해 오늘도 방황한다. 


내 오랜 친구는 대기업의 엔지니어 계약직로 일을 하고 있다. 또래 친구들보다 연봉을 훨씬 많이 받으며 생활에 만족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규직을 위해 자격증 취득과 스펙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 부러웠다. 나도 그냥 목표가 뚜렷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크게 방황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삶을 살고 싶었다. 흔히들 20대때는 경험을 많이 쌓아야한다고 얘기한다. 그 경험이란 무엇인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란 김광석의 노래 가사처럼 ‘너무 아픈 경험은 경험이 아니었음을'은 아닐까?


지금 생각해보면 남 눈치 안보고 사랑을 한 것에 후회가 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4번 정도의 연애를 했었는데, 연애를 할 때 어떻게 해야 내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연애가, 상대방의 행복이 인생의 목표가 된 일이 잦았다. 상대방에게 모두 맞추려고 했으며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연애경험이 많아지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며 동시에 내 삶을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게되었다.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들보다 앞서 나아가 사는 것만 같았다. 남들이 유흥을 즐기거나 게임을 할때, 나는 돈, 삶에 대한 책을 읽거나, 좋은 영상들을 접하는 것이 취미였기 때문이다. 그 후 군대를 제대하고 회사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나는 방황을 했다. 남들은 좋은 회사에서 꿋꿋이 버티고 살아가고 있는데, 그러지 못한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짧은 시간안에 약 6개의 회사를 다녀본 경험으로 내가 만약 창업을 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일을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으며, 4번의 창업 실패를 한 경험으로 조금의 영업력과 마케팅 능력,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로 창업을 해야 포기하지 않고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삶에 대한 진중한 태도 덕분에 현 또래들에 비해 많은 경험들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루어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간 경험들은 ‘내'가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되어줬고,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이란 뜻은 무엇일까? 사랑은 달콤하다. 하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마음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사랑을 해서 이별을 한 결과론적인 측면에서만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닌 과정에 가치를 둔다면, 너무 아픈 사랑도 과정일 뿐이고 더 강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너무 아픈 경험은 경험이 아니였음을’이란 문장도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너무 아픈 경험은 내 마음에 상처만 낼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치를 과정으로 둔다면, 그 경험이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마음가짐을 얻을 수 있다. 인생을 결과라는 단편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결과는 죽음뿐이다. 사랑을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이별뿐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과정을 즐겨야한다. 사회, 경제적으로는 결과만 따지는데, 여행에선 왜 결과만 따지지 않을까? 


소설, 시, 산문집과 같은 돈 버는 것과는 효율이 떨어지는 것들은 보지 않으면서, 즉 낭만을 오글거리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왜 힐링이란 명목하에 돈 버는 것과는 효율이 떨어지는 여행은 떠날까? 그리고 그런 여행 컨텐츠들이 왜 인기가 많을까?


삶은 지구에서 하는 여행이다. 그리고 우리는 운좋게 이 지구에 있으므로 이왕이면 즐겁게 여행을 하다가면 되는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괜찮다. 난 많은 사람들이 가끔씩은 돈 버는 것과 멀어져 효율성을 따지지 않는 일을 했으면하는 바람이다. 그럴때 비로소 자신의 색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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