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지구를 위한 상상

책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by Hoho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기후 변화의 파괴적인 현장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만큼 지금의 현실이 까마득한 이가 있을까? 제임스 후퍼는 탐험가로, 에베레스트 정상에도 올랐었고, 북극에서 남극까지 폴투폴 무동력 탐험을 완주했다. 자연의 위엄을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에서 그는 기후 위기의 장면을 수없이 많이 목격했고, 그의 목격담을 전하는 책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를 냈다.


지구라는 말은 참 거대하다. 너무 거대해서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존재인 것처럼 여겨진다. 북극과 남극도 마찬가지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장면처럼 직접 가본 적 없이 사진으로만 보는 극지방은 마치 다른 행성처럼 보인다. 거기에서 빙하가 무너지고 북극곰이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은 정말 이질적이다. 먼 세상 이야기이다. 아무도 그러한 뉴스에 마음이 동요하고 시급한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생각보다 더욱 심각하다. 어쩌면 AI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보다 더 빨리, 더 강력하게 우리의 미래를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진행중이다.


제임스 후퍼에게는 극지방이 녹아내리는 현실이 자신의 삶이었다. 2007년 4월, 제임스와 동료 탐험가 롭은 북극에서 남극까지 스키,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운송수단으로만 일주하는 '무동력 탐험'을 시작한다. 그러나 2007년은 역대 가장 낮은 해빙 면적을 기록한 해였다. 이 말은 북극에 떠 있는 해빙의 위를 썰매로 달려 그린란드까지 향하는 요트를 타러 가야 하는데, 해빙이 이미 많이 녹고 있어 표면이 슬러시 같은 질감으로 변하였고 자칫하면 깨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잠을 자는 동안에도 해류에 의해 앞에 있던 얼음덩어리가 수 킬로미터 뒤로 이동하기도 하고, 전날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얼음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중에서


현지에서 사는 이누이트 사냥꾼들의 말에 의하면 평소 북극의 4월과는 다르게 슬러시 얼음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개썰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롭의 장갑 한 쪽이 떨어졌고 롭은 썰매를 멈추고 다시 돌아가 장갑을 주우려고 허리를 굽히는 순간, 발밑의 얼음이 부서져 차디찬 바닷물에 빠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해빙에 부딪혀 의식을 잃고 북극해로 빨려 들어갔다. 제임스는 이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한 후, 해빙이 또 부서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다가 구출하여 여분의 침낭과 체온으로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롭은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고, 제임스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임스와 함께 탐험하던 이누이트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롭은 살았지만 이 경험은 그에게 있어 기후 변화의 예측불가능성과 위험성을 뼛속깊이 각인시켜 준 두려운 경험이었다.


저자는 이 경험과 함께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해류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이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극심한 폭우와 폭염, 가뭄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이뿐만 아니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 제트기류가 고장나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파괴되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려운 과학적 지식들을 여러 가지 그래프와 일러스트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중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있다



작년 여름, 날씨 예보를 보면 '엘니뇨'라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대체 엘니뇨가 무엇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더위에 왜 이렇게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 상세하게 나와있었다.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열대 태평양이 대기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방출해 습하고 폭우가 잦은 여름이 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자연스러운 지구적 현상이지만, 기후변화가 이를 극심한 현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방점이 있다. 작년을 생각해보면 6월부터 더위가 시작되어, 추석이 있는 9월 중순까지 더위가 이어졌다. 게다가 여름의 반은 마치 사우나에서 사는 것처럼 습도가 어마어마했다.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고 상온에서 보관하던 쌀에도 곰팡이가 펴서 아까운 쌀을 한가득 버려야 했다.


2023년 청주 오송읍에서는 지하차도가 잠겨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북 예천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여 한 마을을 통째로 휩쓸었다. 올해 초에는 경북 5개 시군구에서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주택 4723채가 소실되었다고 한다. 국가 유산도 많이 사라졌고, 이재민의 삶은 아직도 회복 중이다. 관리 부실에 대한 국가의 책임도 있지만, 극심한 자연재해 발생의 원인인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은 사실 우리 모두에게 있다. 기후 변화 행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도, 우리는 기존의 편리한 삶에서 벗어나는 것이 싫어서 변화를 거부한다.


예를 들어 텀블러 사용하기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쉬운 기후 행동이다. 점심시간에 여의도나 종로 거리를 걸어보면 직장인들의 손에는 무조건 일회용 컵이 하나씩 들려있다. 가방에 텀블러 하나만 챙겨서 가져가면 몇몇 카페의 경우에는 텀블러 할인까지 받을 수 있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이게 되니 일석이조이다. 아침에 텀블러 챙기는데 5초, 텀블러 씻는데 10초. 하루 15초의 행동이다. 이외에도 자전거와 대중교통 자주 이용하기, 장바구니 사용하기와 같은 쉬운 실천부터 하루 한 끼 채식, 유기농 농부장터에서 장보기 등 기후 행동은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기후 행동을 할 때의 기준 네 가지를 제시했는데, 다음과 같다.


돈 : 여러분의 가치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은행과 투자로 돈을 옮기는 것을 고려해보세요.

소비 : 소비를 줄이세요. 목적을 가지고 소비하세요.

노동 :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조직을 위해 당신의 노동력을 사용해보세요.

투표 :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에게 투표하세요.


위 기준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면 나만의 기후 행동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정부에서는 '탄소중립포인트*' 제도를 통해 일상에서 탄소중립 생활 실천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참여자나 홍보효과 등은 미미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요구할수록 정부와 기업은 움직일 것이다. 투표를 통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윤리적인 소비나 투자를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여러 단체나 사회적 기업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지구 닦는 사람들'은 소규모 동네 플로깅 모임에서 시작하여, 올해는 쓰레기 없는 마라톤 행사 '무해런**'을 개최했다. 서울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고, 재활용률이 낮은 재활용품을 직접 수거하여 분리배출하거나 병뚜껑 키링 같은 업사이클링 상품으로 제작하여 판매한다. 이러한 기업에 관심과 소비가 늘어난다면 다른 기업도 자연스레 움직일 수 있다.


기후 변화의 파괴력은 거대하고 두렵지만, 실천 현장은 마치 축제 같다. 매년 9월에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제각기 폐박스에 직접 그린 피켓을 들고 나오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 팀들이 참여하여 흥을 돋운다. 이번 윤석열 정부 탄핵 시위 때 보인 응원봉 시위를 통해 시민들의 시위 문화가 이전보다 한 층 더 성숙해졌다고 생각한다. 혐오하고 비난하는 폭력적인 시위 대신 함께 즐기는 연대의 시위가 있었다. 물론 아직 더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 시민들은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해서 고민하고, 더 나은 세상은 어떠해야 하는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더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있고 배제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적어도 특정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 열기가 9월 기후정의행진 때도 이어져 더 나은 대한민국을 넘어 더 나은 지구를 함께 상상해보고 싶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 실천 : 일반국민의 탄소중립 생활 실천문화 확산을 위하여 다양한 민간기업의 친환경활동 이용 시 이용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 홈페이지에서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cpoint.or.kr/netzero/site/cntnts/CNTNTS_001.do)


**헤럴드경제신문 : “낡은 봉투가 한가득” 이게 마라톤 기념품이라고?… 아무도 몰랐다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449800?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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