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 레이첼 카슨
*현재는 <센스 오브 원더>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환경운동가 레이첼 카슨의 책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는 한때 어린아이였던 우리에게 보내는 짧은 편지 같은 책이었다.
카슨의 집을 방문한 조카 로저와 함께 집 주변의 숲과 바다를 탐험하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로저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놀랍고, 경이롭고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대부분 잊고 지냈던 진리를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깨우쳐준다. 바로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이다.
어린이 앞의 세상은 신선하고, 새롭고, 아름다우며,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어른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아름다운 것,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추구하는 순수한 본능이 흐려졌다는 데에 있다.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상실하는 일은 심지어 어른이 되기 전에 일어나기도 한다.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p.51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처럼 다양한 오락기기가 없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밖으로 나가 아파트 단지에 나온 모르는 어린이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 많은 이들이 모래로 된 놀이터를 기억할 것이다. 모래로 성을 쌓고, 나뭇잎과 돌멩이를 섞어 밥을 짓고, 땅굴을 파는 등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은 신났다. 물 웅덩이에 찰박찰박 발을 구르는 일이 왜 그렇게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웅덩이가 생기는 곳마다 소금쟁이가 뛰어다녔다. 잡고 싶었지만 잡히지 않았다.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그렇게 놀 거리는 많았다.
요즘은 어떤가. 놀이터에 도통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출생률이 낮아진 것도 있겠지만, 키즈카페나 쇼핑몰 어린이 코너를 가면 아이들이 바글바글하다. 왜 자연이 선사한 놀이터를 버리고 굳이 플라스틱 투성이의 놀이기구만이 가득한 키즈카페로 향하는 것일까? 아토피와 알레르기, 각종 소아 질병은 과연 이와 무관할까?
아이들에게는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자연이 필요하다. 비싼 브랜드의 옷이 더럽혀질까 걱정하는 대신, 흙과 풀을 만지고 충분히 뛰어놀고 뒹굴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아이들만이 본능적으로 가진 자연을 탐구하는 호기심을 우리는 죽이고 있는 게 아닌가. 판단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이들이 노는 방식을 우리는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어떤지 함께 바라봐주자. 아이들이 상상하는 자연은 얼마나 넓은지 함께 탐험해 보자. 자연을 그저 수단으로만 바라보도록 교육당한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더욱 세상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능력만큼 소중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어느 봄날 아침에 울려퍼지는 새들의 노래를 듣지 못한 채 아이가 자라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 아이의 새벽 단잠을 깨워서라도 바깥으로 나가보자. 새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특별히 일찍 깨어나기로 약속한 날,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공기에 안기는 날, 그런 날의 경험을 아이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p.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