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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 Dec 13. 2023

미래에서 만난 지금의 우리

책 <2084 지구난민> - 송정양 글 / 김상욱 그림

책 <2084 지구난민>은 초등학교 고학년생을 위한 환경 동화책이다.

2084년, 환경오염으로 결국 멸망해버린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에서 지구 난민이 된 가족의 우주 표류기이다. 동화책 서평을 쓸 줄은 몰랐는데, 2084년, 미래의 디스토피아적 모습을 항상 상상하던 나에게는 흥미로운 주제였고, 어린아이들이 이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했다.


책 <2084 지구 난민>


주인공인 강산이는 이미 환경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지구에서 태어나 강도, 산도 본 적이 없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에 강산이의 가족은 고물 우주선을 어찌어찌 고쳐서 지구를 탈출한다. 첫 도착지인 달에서 지구인들은 완전히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 두 번째 행성인 화성에서도 환영받는가 싶더니 노예가 되어 위기를 맞는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 전쟁으로 난민이 되어 유럽 등지로 도망친 사람들에 대한 무시와 환멸, 분노와 같은 감정이 똑같이 묘사되어 있었다. 달에 사는 '월인'은 사실은 같은 인간이지만 그 땅에서 태어나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지구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돌아갈 지구가 없어진 지구인들은 그대로 집을 잃은 난민이 되었다.


책 <2084 지구난민>


지구 환경이 혹독해지기 시작하자 돈 많은 사람들은 달의 땅을 사들여서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작은 땅조차 휘황찬란한 부자동네와 난민들이 사는 난민촌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지구를 파괴한 인간의 욕망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달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기후위기는 수많은 기후 난민을 낳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지난 9월, 대홍수로 인해 수만 명의 목숨을 한 순간에 잃었다. 부자국가들에서 실컷 배출한 탄소는 이렇게 기반시설이 취약한 가난한 나라들을 크게 덮친다.

혹독한 폭염과 한파, 장마, 태풍, 화재 등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과연 탄소배출로 기후 재난을 유발한 산업의 주체들 또는 국가에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가? 탄소배출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기후 재난을 어디까지 연결시킬 수 있으며, 추후 일어날 재난들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책임을 가려내기 힘든 골치 아픈 문제를 넘어, 기후위기는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앞서 발전한 선진국들이 더 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지만, 저개발국가 또한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기존의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어떤 방식을 취할 것인가? 앞서 나아간 국가들의 실패사례를 보고 배운다면 다른 방향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84 지구난민>을 보며 정말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다. 어린아이들이 맞닥뜨릴 세상은 조금 더 연대하고 양보하여 다 같이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랐다. ‘자기만 살 길을 찾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지금 현대인들의 마음가짐이라면 딱 벌어질만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과 너무 똑같기 때문에.


허나 어린이 책인 만큼, 강산이의 가족들만 잘 탈출하는 것이 아닌, 혈연이 아닌 사람들도 함께 힘을 모아 탈출구를 찾는 방식의 결론으로 이어지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가족들마저 버릴 수도 있었지만 끝까지 함께했다는 점은 아름다웠다.)

단순히 위기를 맞닥뜨리고 극복하는 개인의 서사보다는 현재의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서 그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가 교훈으로 제시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동화책으로 인해 문제의식과 위기감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도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구난민, 멀지 않은 미래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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