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 - 아서 브룩스
당신의 인생은 오전인가요 오후인가요?
책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를 집어드는 사람은 보통 중년의 나이거나 직업적, 정신적, 육체적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저자 또한 그러한 사람들을 향해 말을 건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는 인생의 절정기를 향해 가야 하는 나이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바뀌었다. 아름답고 황홀한 인생의 오후를 맞고 싶다고.
이 책은 밤 비행기에서 만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자신을 더 이상 원하는 곳이 없으며,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중년 남자와 아내의 대화를 저자는 우연히 엿듣게 된다. 자연히 그 남자의 일생에 대해 상상하게 되고, 아마도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등 좌절과 실패로 가득찬 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비행기에서 내릴 때 마주친 그 사람은 매우 잘 알려진 유명인이었다고 한다. 그의 용기와 애국심, 업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우울증에 빠지게 되었을까?
사회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시절 권력과 성취를 좇아 살면서 큰 업적을 이루었거나 많은 존경을 받았던 사람일수록, 점점 능력이 퇴화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쇠퇴기'를 견디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성취에 대한 만족감은 채우면 채울수록 더 기준이 높아지고, 더 많은 것들로 채워야 하는 밑 빠진 독과 같다. 따라서 이미 많은 성취를 이룬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그 성취에 대한 기쁨은 잠시일 뿐, 어느새 다른 성취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을 착취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오래전에 성취한 것을 즐기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마치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속에 있는 것과도 같다. 성공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순간적일 뿐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만족감을 즐기기 위해 멈춰 설 수가 없다. (...) 그래서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린다.
p.45 중
능력주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속성이다. 자본주의에서는 투자를 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여야 한다. 또한 매 순간 더 많은, 더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성을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하도록 채찍질한다. 능력주의 또한 그렇다. 내가 잘하는 만큼 연봉이 오르고 더 큰 파이를 가져갈 수 있기에 성과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작년과 비슷하거나 별 다른 변화가 없는 사람들을 뒤처진 사람처럼 취급하며, 초조하게 만든다. 우리는 멈추면 쓰러져버리는 외발자전거 위에 모든 인생을 태우고, 그것만이 정답인 양 살아간다.
그러나 삶의 여정에서 끊임없는 성장이란 있을 수 있을까? 평균적으로 인간은 업무를 시작한 지 2-30년 차에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그 후로는 업무 능력이 저하되는 시기가 온다고 한다(이는 직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즉 직종에 따라, 일을 시작한 때에 따라 35세에서 50세 사이에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며 그 이후로는 필연적으로 하락하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이제는 외발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걸어갈 때이다. 걷다가 힘들면 잠시 쉬면서 햇살을 즐기기도 하고, 꽃향기와 풀향기를 맡으며 행복감을 느껴도 된다. 그렇게 꾸준히, 남의 길이 아닌 나의 길을 걷다보면 삶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나만의 속도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인간에게는 두 가지 지능이 있다고 말한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유동성 지능'과 쌓아왔던 방대한 지식을 융합하고 활용하는 '결정성 지능'이다(아래 그래프). 경험이 쌓일수록 더 발달하는 '결정성 지능'을 잘 활용하는 일을 한다면 인생의 밝은 2막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결정성 지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 저자는 많은 방안을 제시하는데 그중 인상 깊었던 방법을 소개해본다.
우리가 버킷리스트에 종종 적곤 하는 속물적인 목표들을 꼼꼼히 뜯어보자. 사실 그 목표들은 우리의 삶에 큰 의미가 없다. 돈을 벌고,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사고, 좋은 차를 사는 것이 내 삶의 행복과 과연 얼마나 큰 연관이 있을까?
나는 짧고 굵은 직장 생활 중, 연차가 쌓일수록 성과가 오르고 점점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연봉이 조금씩이나마 오르는 경험을 했다. 그보다 일이 익숙해지고 일에서 느끼는 보람이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질수록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돈은 벌고 있는데 마음은 공허하고, 그저 무의미한 기계 부품이 된 것 같은 느낌에 회사일이 매우 싫어지고 있었다. 앞으로 연봉이 2배, 3배가 된다 한들 삶의 의미와 일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연봉은 그저 숫자에 불과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의 행복과 연결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이른 나이에 퇴사했다.
그때부터 내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기 시작했다. 위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나는 내가 밭에 심은 식물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순간들을 관찰할 때 큰 기쁨을 느꼈다. 또한 기쁨을 넘어 자연의 순환과 물, 공기 같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러자 깨달았다. 나를 숨 쉬게 하는 깨끗한 공기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지켜내고 싶다는 것을.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는 정부와 기업의 실상을 파헤치고 규탄하는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이유이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은 어쩌면 너무 사소한 작은 일이지만 사실 우리를 살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리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지 않으면 우리가 쾌적하게 숨 쉴 수도 없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도 없으며 심지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를 얻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것은 생존과 관련한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기후 생태위기 시대, 이런 기본적인 살권리가 무너지고 있는 세상을 보고 있자면 눈물이 난다.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봄과 뜨거운 여름, 청명하고 풍요로운 가을과 하얗고 고요한 겨울이 사라지면 나 또한 살아갈 수 없다.
세속적인 삶의 목표들을 상쇄해 나가면서 작지만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들을 추구한다면 그땐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루서는 물질적인 것을 쌓아 올리기를 중단하고 그것을 깎아내면서 두 번째 곡선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는 현재의 삶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저는 저의 삶을 사랑합니다."
p.139 중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