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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 Feb 15. 2022

인생을 지속시키는 힘

방황하던 9년 전의 일기를 발견했다.

아래는 23살의 방황하던 대학 시절, 꿈을 이룬 30대가 된 내가 쓴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고 상상하며 썼던 일기이다.


2013년 11월 24일


 자꾸만 탈출구를 찾아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한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멍들지 않을 것을.

 

 먼저 벗어나는 데 성공한 이들의 손짓이 매 순간 유혹으로 다가온다.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피하고자 하지만 피하지 못해 이상만 멍하니 바라보는 미쳐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난 아니라고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 겪고 있는 질환일지도 모른다. 현실이라는 벽에 가려져 원인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병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협하지 마라.
벽이 아무지 높을지라도 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항상 질문해라, 네가 꿈꾸던 것이 바로 이것이냐고.
길이 없다고 울지 말고 막막해하지도 마라. 두리번거리지도 마라.
너를 위해 누군가가 닦아준 길은 애초에 없었다. 지름길도 없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빛나는 별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뛰어도 좋고 걸어도 좋다 잠시 누워있어도 좋다.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30대, 자유에 갇히다」 中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매 순간 꿈꿔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돈과 명예 따위의 것들과 연관 짓고 싶지 않았다. 철없이 여행 다니고 사진 찍는 것이 그저 좋았다. 마치 온 세상이 내 집인, 노마드같은 삶을 꿈꿨던 것 같다. 미래의 직업이 무엇이 될지는 몰랐지만 그런 인생을 사는 나의 모습을 항상 상상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취업을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 남들이 다 하는 공모전과 인턴을 왜 안하냐는 엄마의 닦달에 스트레스를 적잖이 받았던 것 같다.


 9년이 흐른 지금, 내가 닦아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나는 그 꿈에 도달하려고 항상 애써왔던 것 같다. 남들이 다 하는 오로지 취업 기계가 되기 위한 스펙을 쌓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와 내가 해왔던 경험들이 어떻게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다 우연히 외국계 회사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에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방황기가 한번 더 왔다. 회사의 가치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인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문화가 많이 흐려지고, 한국계 회사처럼 변해간다는 느낌이 들수록 회의감이 많이 생겼다. 어쨋든 이 회사도 이윤을 추구하는데만 관심이 있는 회사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퇴사를 결심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했고, 그것이 왜 좋은지 고민했고, 내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했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따졌다. 그 일이 내 가치에 부합하는 길인지를 따졌다. 당장은 남들이 더 좋아 보이는 길을 걷더라도 개의치 않고 내 인생의 기쁨을 찾으려고 애썼다. 비교하지 않았다. 평판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퇴사 후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나는 조금 돌아왔을지는 몰라도 방향을 잃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목표가 뚜렷해졌다. 진정으로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다. 아직 내 꿈을 이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아직 한창 걸어가고 있지만 그 어느때보다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다.



여러분은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지 알고 계신가요?

흐릿할지라도 삶의 목표를 보고 계신가요?

조금 돌아갈지라도 꿈을 잊지 않고 가고 계신가요?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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