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의 민들레 요리
민들레 뿌리를 해체하고서 알았다.
그 단단한 땅을 아래로 더 아래로 분쇄해버리는 굳은 심지가 있으니
밟아도 살아나고 콘크리트 틈에서도 살아나는구나.
그 모습이 아름다워 초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마치 초록바다의 산호가 아닌가.
단단한 심지를 빼고 잘라서 구운 민들레 뿌리를 처음 먹어봤다.
"아악-!!"
하밤의 외마디 비명으로 이 뿌리가 얼마나 쓰디쓴지 알 수 있었다.
단 맛을 내어주는 양파와 당근을 때려넣어도 민들레 뿌리의 쓴 맛을 감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쓴 맛이 몸에는 좋다하니 코를 막고 먹는다.
그래, 그런 굳은 심지와 쓰디쓴 눈물을 머금고 산다면 극심한 기후위기 쯤이야 너에겐 별 것 아니겠지.
앞으로 먹거리가 많이 사라져도 민들레 요리는 계속 먹을 수 있을테니 나는 기후위기 생존법을 하나 배운 셈이다.
민들레 요리를 하자고 했는데 민들레보다 꽃잔디가 더 많아서 민망했다.
4월 27일, 여름의 더위와 가을의 추위가 왔다갔다 하면서 그 많던 민들레꽃은 벌써 홀씨가 되었다.
4월이 이렇게 더워서야 되겄나, 여름엔 어떡하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팜투테이블 요리 수업도 기후위기에선 속수무책이다.
수업 내용을 미리 계획하기가 힘들어진다.
아무래도 '그 때 가서 있는 것들로 요리해요-!' 라고 알리는 게 맘 편하겠다.
이런저런 상황이 많이 바뀌어도 역시 전문가는 다르다.
그날 그날 있는 것들로 장식을 하고 토핑을 조금씩 수정해도 멋진 음식이 완성되었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주니 다행이다. 역시 요리 수업의 묘미는 먹는 시간이다.
민들레로 기후위기를 느꼈고, 민들레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민들레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 충만한 시간을 보낸다.
고마워, 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