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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Apr 03. 2023

생애최초 특별분양! 냥집사 당첨후기

심장 뿌셔뿌셔져요

작은 생명체가 고개를 빼꼼히 들어 나를 바라본다. 살면서 처음으로 안아본 아기 고양이는 ‘애옹~’하고 소리를 내며 인사를 건넸다. 소리에 솜털이라도 달려있는 건지 보송보송하면서도 여리고 맑은 아기의 옹알이 소리와 아기 고양이의 소리가 비슷해 놀라웠다. 조그마한 아기 고양이를 안아 든 두 손 사이로 정체 모를 떨림이 전해져 왔다. 이 당시에는 이 떨림이 고양이들이 기분 좋을 때 낸다는 ‘골골송’인지도 모르고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냥이를 안아 들고 서있었다.


‘아가냥아, 혹시 무서워서 떨고 있는 거니?’


어색하게 안아 올린 손길 때문인지 아니면 사람을 무서워하는 건지 떨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에게 꾸미는 ‘애옹~’ 소리 대신 온몸으로 대답해 주었다. 꾸미는 내 품에 안겨 말로만 들어봤던 ‘꾹꾹이’를 하기 시작했다. 꾸미가 꾹꾹 누른 것은... 바로 '마이 하트'...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40킬로미터를 달려서 고양이 분양샵으로 갔다. 집 근처에 10분 남짓 걸리는 가까운 곳에도 분양샵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쌓여온 분양자들의 이야기들을 읽고 나서는 만약 반려묘를 입양한다면 이곳에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사는 집에서는 안전하게 아기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지라, 방문 차 냥이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설렘을 안고 가볍게 출발했다.


지나가며 오다가다 마주쳤던 강아지 분양샵에도 선뜻 들어가 보지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꼬물꼬물 솜방망이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했었다. 자진해서 이리도 멀리, 고양이를 키워보겠다는 결심만 들고 용감하게 꾸미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날 내 심장이 폭격당할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방문 약속이 된 시간이 되어 샵으로 들어서자마자 잘 익은 고구마 속 색깔을 닮은 몽실몽실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샵에 방문하기 전 수도 없이 많은 고양이들의 사진을 봤지만 내 마음은 일관되게 ‘브리티쉬 숏헤어’라는 종의 냥이만 눈에 들어왔다. 동글동글한 얼굴, 짧은 다리, 왕방울만 한 큰 눈을 가진 이 냥이는 나에게 유일하게 전혀 무섭게 생기지 않은 고양이였다. 역시나 가장 먼저 눈에 띈 그 고구마 속을 닮은 냥이는 브리티쉬 숏헤어였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 얌전히 앉아있는 꾸미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알아들을 리 없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네고 유리창 밖에서 꾸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한번 안아보시겠어요?'라고 물으시고는 꾸미를 방에서 꺼내어 내게 조심스레 건네주셨다. 저리도 작고 조그마한 아이를 안아봐도 되는 것인지 떨리는 맘으로 그렇게 꾸미를 처음 안아 보았다.


손가락으로 아기 고양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톡톡 만져보았다. 꾸미는 손길을 피하지 않고 품에 안겨 얌전히 있어주었다. 작은 몸이었다. 그리고 따듯하고 부드러웠다. 아들이 처음 태어났을 때, 손가락을 뻗어서 빨갛고 작은 볼을 손끝으로 만졌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에도 아기에게 건넨 첫마디가 '안녕!'이라는 말이었다는 것도 이어서 생각이 났다. 새로운 생명과 조우하는 첫 순간의 기억이 온몸에 새겨지는 듯했다. 빤히 올려다보는 짙은 올리브색의 유리구슬을 닮은 눈을 보면서 나는 이 아이와 함께하게 될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꾸미는 내 옷에 달린 단추를 만지작 거리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툭툭 건드려보기도 하면서 고맙게도 품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주었다. 꼼지락거리는 발을 보면서 어쩜 이렇게 그림처럼 귀여울까, 인형 발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리에는 하얀색 털이 나있고 발목부터 발끝까지는 노란색 털이 나있어서 마치 양말을 신은 것 같이 보였다. 꼬리는 또 어떤가. 꼬리 끝만 까만색이라 먹물을 찍어놓은 붓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미 꼬리로 서예를 해보는 개구진 상상을 하면서 진짜로 저렇게 하면 '냥냥펀치'를 당하고도 남을 테니, 상상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때 샵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머! 꾹꾹이 하고 있네요?? 엄마인 줄 아나 봐요~ 마음에 들었나 본데요?^^’


말로만 듣던 꾹꾹이!? 고양이들이 주인들에게 애정을 표현할 때 한다는 그 꾹꾹이!?!?말인가!? 사실 나는 꾸미가 꼼지락거린다고 생각했지 꾹꾹이를 해주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꾹꾹이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곧 ‘풉’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고양이들이 꾹꾹이를 해주면 뭔가... 마사지받는 느낌으로 시원한 뭐 그런 종류의 감각을 상상했던 것이다. 민들레 홀씨같이 작고 연약하고도 이 앙증맞은 아기 고양이에게 도대체 무엇을 기대한 것인지! 연신 눌러대고 있는 귀여운 두발은 미약하였으나 나의 심장에는 폭격을 날리고 있었다. 꾸미가 꾹꾹이를 해댈 때마다 심장이 ‘뿌셔’ 질 것만 같았다.


나는... 반.해.버.렸.다. (뿅~~~~*)




이렇게, 주인이 되었다.


아, 정확히는 꾸미가 나의 주인이 된 것이다. 냥집사로 당첨이 된 것이다. 앙증맞은 두 발로 꾹꾹 찜꽁 당해버렸다. 아직은 꾸미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약 3주 후 집으로 데려올 예정이다. 꾸미를 데려오기 전 공부해야 할 것도 많을 테고 필요한 물품들도 준비해야 하니 꾸미를 맞이할 준비를 열심히 해보기로 하며 아쉬움 마음을 달랬다.


헤어지기 전 아쉬운 마음에 안아서 쓰담쓰담해 주는데 스르륵 눈을 감고 주무시는 아기냥님... 심장을 정말 뿌신다.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집에 가라는거냥 말라는거냥... 안보내줄거냥??ㅠ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뭔지 모를 헛헛함으로 가득했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에서 꾸미 발바닥이 보이고 지나가는 앰뷸런스 소리가 애옹~ 애옹~으로 들린다. 심장이 뿌셔질때 나는 소리는 ’꾹꾹‘인 건가. 오늘 내가 다녀온 곳은 꾸미라는 고양이의 세계였나 보다.


웰컴투 꾸미월드!

생애 최초 초특급 특별 냥이 분양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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