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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Apr 14. 2023

어서 와! 꾸미의 집에 온 걸 환영해!

꾸미씨의 고단한 하루

3주에 4일을 더한 기다림 끝에 꾸미를 집으로 데려오는 날이었다. 아른아른 거리는 녀석을 데리러 가는 길이 설레다 못해 초조하기만 했다. 보고 싶은 마음과 꾸미를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뒤섞인 채로, 달리고 달려서 꾸미를 만났다.


태어나서 두 달은 어미 고양이랑, 그리고 한 달은 분양샵의 작은방에서 보낸 세 달이 전부인 이 아기 고양이가 느끼는 세상은 어땠을까. 익숙한 곳에서 낯선 곳으로, 다시 익숙해진 곳에서 낯선 곳으로. 새로이 가게 되는 낯선 곳은 부디 오랫동안 익숙하고 편안한 곳이 되길 바라면서 꾸미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였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동장안에서 있어본 적이 없었던지 꾸미는 '애옹~ 애옹~'하며 울어댔지만 나는 그 울음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어서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루하다옹~ 애옹애옹!!


집에 도착하면 이동장의 문만 열어두고 나오기를 기다려주라는 사장님의 말씀대로 꾸미를 내려놓고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꾸미는 호기심은 가득 하나 두려움도 가득인지 선뜻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이동장안에서 머물러 있었다. 호기심 많은 아기고양이라서였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앞발이 이동장 밖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오더니 결국 이동장 밖으로 나오기를 성공^^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겼다!

나갈까말까, 일단 나가보기로


그리고 사장님의 두 번째 당부말씀인 '아는 척하지 않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나는 너무나 궁금했지만 꾹 참고 이삿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꾸미는 잔뜩 경계를 갖춘 자세로, 몸은 한껏 낮추고 꼬리도 솨악~ 내리고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야생 맹수의 그 무엇처럼 집안 곳곳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탐색중이신 꾸미


조용하다 싶어서 찾아보면 침대아래 들어가 있고, 아직 침대아래 있나 찾아보면 문뒤에 들어가 있고, 문뒤에 여전히 있나 들여다보면 커튼뒤에 숨어있고 의도치 않은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숨어있어도 다 보이거든?^^


두 시간쯤 흘렀을까? 꾸미는 집안 곳곳 탐색을 마쳤는지, 토끼처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순간, 고양이가 원래 저렇게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는 건가...? 싶고, 두 시간 만에 적응을 완료한 건가...? 아리송하고, 놀다가 갑자기 밥을 먹고, 물 마시는 그릇에 원래 두발을 담그고 먹는 게 일반적인 건가...? 하는 의문의 물음표가 머릿속을 꽉꽉 채우기 시작했다. 뭘 먹는다는 건 좋은 사인이라고 했으니 두발 담그고 물 마시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물발자국도 귀여우니.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 보이자 나는 가만히 바닥에 앉아서 꾸미가 다가오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나를 뭐 움직이는 사물쯤으로 인식하는 것인지 별 관심이 없었다...ㅠㅠ 그렇다면, 사냥놀이로 환심을 사보자!라는 전략으로 사냥놀이를 시작했다. 꾸미는 마치 용맹한 야생의 사자라도 된 듯 신중한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빵실한 얼굴에 용맹한 눈빛이 깜찍하여 30분이나 넘게 신나는 사냥놀이를 진행했다.

사냥놀이에 꽤 진지한 편


이제 나에 대한 경계가 풀어진 건지, 기척만나도 도망가던 꾸미는 이제 나의 근처에 와서 맴돌다가 도망가고, 다시 왔다 가고, 금방 다시 오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호라. 너, 나랑 이제 좀 친해져 볼까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나는 아늑하고 폭신한 카펫 위에 앉아서 꾸미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꾸미는 스을쩍 다가오더니 몸을 내게 부비대기 시작했다. 틈을 타서 쓰담쓰담해주기 시작하니 도망갈 땐 언제고 갑자기 꾹꾹이를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쳐다보고 있는데, 요놈이 글쎄 갑자기 뽀뽀를 하는 것이 아닌가! (고양이랑 뽀뽀는 살면서 처음 해봐...!) 그것도 연달아 두 번이나! 마치 '널 나의 집사로 임명한다!'라는 승인 도장 같은 느낌?

꾹꾹이 하는 중이에요~ 꾹꾹



이사의 여파로 몸은 피곤하고, 해도 해도 끝이 안나는 정리는 미뤄두어도 시계는 벌써 밤 열두 시를 훌쩍 넘겼다. 나는 할 일이 많아 그렇다 치고, 꾸미는 두 시부터 잠을 안 잤는데 무려 열 시간 동안이나 단 한 번도 잠을 자지 않아서 혹시 잠이 없는 고양이인가 하는 또 하나의 물음표가 두둥실 떠다녔다. 고양이에게도 수면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인가?


그렇다면, 은은한 불빛만 켜두고, 꾸미의 숨숨집에 폭신한 담요를 깔아 두고 추우면 안 되니까 난방도 사알짝 올리고! 그래도 안 잔다면, 뭐 졸리면 자겠지 싶어서 일단 눈이 감기는 나는 자야겠어서 씻으러 들어갔다. 씻는 중에도 꾸미는 잘까 안 잘까, 고양이는 잠잘 곳도 본인이 정한다는데 꾸미가 픽! 한 오늘의 잠자리는 어디가 될 것인지 몹시도, 몹시도 궁금하였다. 혹시 잠들었다가 깼을까 봐 욕실 문을 빼꼼 열어 꾸미를 찾아보니 요 녀석, 쇼파의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뽀송하게 마른빨래를 쩝쩝 거리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첫날밤은 기절잠으로 꿀잠 잠


내심, 주인 곁에서 자는 고양이들이 많다길래 꾸미도 그러려나 싶었는데 오늘 꾸미의 선택은 '쇼파'였다. 어쩐지 겪어보지도 않았던 옆구리 시림이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잘 자, 우리 꾸미.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앞으로 잘 부탁해. 잘 지내보자! 그래도 우리 첫날치곤 꽤 괜찮았던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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