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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May 10. 2023

사진

옅어지고, 바래지고 그렇게

셔터를 누르기로 결심한 순간, 그 찰나의 인상을 담아보려 하지만 찰나를 담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애초에 찰나라는 것은 사진 한 장으로도 붙잡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어서였을까. 담아두고 싶은 순간은 어느새 지나가버리기 일쑤다. 놓치고야 만다.


가짓수를 세어볼 수도 없을, 어디는 분홍이고, 어디는 붉은이고, 어디는 청명인 찬란함이 펼쳐진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에서 알려주고 싶었던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수많은 얼굴 중에서 단 하나의 시선이 향하는 얼굴이 누구였는지는 볼록한 유리 너머로 전해진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는지도.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자꾸만 무언가를 남기고 싶어 진다. 글, 음악, 그림 그리고 사진을 통해 남겨진 것들에는 그 순간이 온전히 깃들어있기에, 자꾸만 꺼내어 매만지고 싶게 만든다.


특히나, 사진은 더욱 그러하다. 설명이 요구되지 않는, 말없는 말이 전하는 직관의 메시지인 사진은 말없이도 사랑한다 말할 수 있고, 눈물 없이도 그립다 말하게 만든다.


바래지듯 옅어지고, 옅어지듯 바래진다는 점에서 사진과 기억은 닮았다. 사진의 시간은 언제나 과거이기에, 사진을 찍는다는 건 지나가버렸지만 돌아가고 싶은 시간으로 가기 위해 시간을 포획하는 일이다.


시간과 기억이 공유된 사진을 매만지면, 지나간 찰나의 복원이 일어난다. 언제든 가닿을 수 있는 기억에 닿고 싶어서, 우리는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찬란의 찰나를 이리도 열심히 담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기억하겠다는, 추억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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