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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Apr 26. 2023

안녕

이상한 단어

안녕

또는 안녕.


똑같은 글자인데, 똑같은 인사인데  어떤 때는 만날 때 말하고 어떤 때는 헤어질 때 하는 말이라는 게 문득, 무척이나 이상했다. 여태 들어본 적 없는, 뜻을 모르는 글자같이 낯설었다.  이렇게 반갑고도 서러운 말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


어떤 안녕을 말해야 하는지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문 입에서 ‘안녕’이라는 두 글자만 맴돌아도 이 말은 정말로, 정말로 헤어질 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여전히 입을 다물고 무력하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녕이라는 말 대신 침묵을 선택해야 했던 이유는 끝맺을 때 해야 할 말로써, 안녕은 적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짜로 안녕 아니면, 다시는 없을 안녕... 그것도 아니면, 마지막으로 하는 안녕이라고 그리 말하면 그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걸까.


안녕이라고 말하고 끝이라 해도, 안녕이라 말하면 다시 시작될 것 같은 말이라 이 글자에는 여운이 맴돈다. 안녕은 좀처럼 맺어지지 않는 단어, 좀처럼 끝을 낼 수 없는 단어다.


어쩌면 안녕은 시작이면서 끝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열려있으면서도 닫혀있고, 닫혀있으면서도 열려있는, 관계의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 하나의 말.


무한의 언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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