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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Nov 06. 2023

낙엽_낙엽들은 그럴거야

몸을 흔드는 남겨진 낙엽들은

바람이 데려간 낙엽을 배웅한다

때 맞춰 들어오는 기차처럼

낙엽을 실어나르는 바람은

계절이 보내는 순환의 초청장이다


색채의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보지 못한 무한의 허공 속으로

소멸을 향한 무의 세계로

더이상 매달릴 곳이 없는 독립의 세상으로

다시금 초록이 되는 순환의 고리 속으로


낙엽들은 몸을 부딪혀 닿지 못했던

세계를 여행한다


어떤 낙엽은 검은 땅으로 날아가

바퀴에 밟히고 짓이겨 조각난 가을이 된다

공중을 부유하는 노랗고 빨간

가을의 분말이 되어 세상속으로

사람들의 호흡 속으로 내려앉는다


어떤 낙엽은 은빛 솜털이 돋아있는

아기의 둥근 볼에 앉았다

아기 손바닥을 닮은 여린 단풍은

흑백 초음파 사진첩 책갈피가 되어

탄생과 소멸을 기억하는 가을의 인상이 되었다


바람이 실어 나를 가을이 사라지는 때가 오면

가지를 잡고 있던 마지막 잎새는

가을을 맺는 찬란한 영광이 되어

겨울 속으로 몸을 떨군다


떠나간 낙엽들이 흩뿌려놓은

가을의 자취를 따라서

마지막 잎새는 부서져 사라지지만


낙엽들은 불평하지 않을거야

낙엽들은 실망하지 않을거야

낙엽들은 욕망하지 않을거야


바스락거리는 가을의 소리는

낙엽들의 웃음일거야

환희의 인사일거야


... 낙엽들은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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