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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Jun 01. 2022

결정적 순간에는 그냥 알게 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냥 알게 된다.


긴긴 시간 동안 나를 스스로 설득하려 했던 모든 애씀이 물거품이 되는 그 순간은 예상과는 달랐다. 허탈함 대신 마음의 공간날이 명료함 자리했다.


그냥 그저 알게 되는 그 순간 도달하기 위해서 길고도 지난한 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 시간들을 겪고 나서야... 모든 힘을 소진할 만큼 걸어 보고 나서야 내가 그동안 어디를 걷고 있었는지 자각하게 됐다.


어떤 비난원망이 돌아와도 내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단 한 가지의 결심을 제외하고 나머지의 모든 것들은 부적인 그 무엇인가가 되고 말았다. 하나의  결심을 실행하고 그 외의 것들은 찬찬히 하나둘씩 해나가면 된다고 스스로 담대한 마음을 먹게 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돌고 돌아서 같은 자리를 반복하며 살아내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는 일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요구했다. 든 비난의 화살을 맞아낼 각오를 해야 했다.


내내 붙잡고 버티게 했던 그 힘, 내 생의 모든 것을 다 주어서라도 지키고 싶었던 것을 내가 놓아버리는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꾸역이는 삶에 나를 내버려 뒀었다.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

어떤 물음에도 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순간,

삶에서 가장 이기적일지도 모르는 선택,

더 이상 착한 인간으로 살지 않도 된다는 다짐 일순간 내 안에 자리 잡았다.



하나의 결심을 위해서 내게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그 결심에 단호한 나를 믿어주기로 했다.



어느 누구도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은 일이다. 충분히 힘든 시간을 미련 맞을 만큼 걸었다. 모든 것을 내어주기도 해 봤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이해의 범위 끝에 도달했다. 더 이상 내가 노력해볼 수 있는 것이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나의 모든 것을 소진하고 나서야 내게 무엇이 남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외면하면 내가 나를 장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 방법도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까지 이끌었던 삶의 여정은 나를 명료함으로 데려다주었다. 모든 것이 뚜렷했다.



긴 터널을 끝없이 걷다가 마침내 만난 빛은 희망의 그 무엇이 아니었다. 내가 어둠 속에 있었다고, 이제 나오면 된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였다. 그다음의 일은 살아보며 겪으면 될 일이라고... 괜찮다고 진정으로 나에게 말해줄 수 있었다.



두렵지 않았다.



중에, 혹시 내가 이 결정에 대해 미치도록 후회하는 날이 온다면 지금의 마음을 생생히 기억하기를 소망하며 글을 쓴다. 지금의 결정이 미래의 내가 후회라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그러니 잘 살아내라고 그렇게 내게 말해주려 한다.



그냥 알게 했다.


그 수많은 질문들의 답은 단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혼돈 뒤에 만날 수 있었던 말이 필요치 않은 명료함은 그렇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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