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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May 29. 2022

물방울 인간

종종 사람들을 바라볼 때면 그들이 커다란 물방울 같이 보였다. 눈물방울들이 걸어 다니는 것 같았다. 온몸에 물을 머금고서 살아가는 듯 보였다.


물방울 인간 역시 살아야 하기에 세상이라는 지면과 경계를 짓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저도 모르게 온몸의 슬픔 방울들을 실수라도 터트려버리면 안 되니까... 그 물방울들이 모조리 터져버리는 날에는 다시 추스려질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슬픔의 방울들을 힘겹게 부여잡아야만 했다. 존재의 방식이었다.



그가 사는 세상은 슬픔이 넘실거렸다. 경계를 짓기 위해 겨우 찾아낸 방법은 몸안의 슬픔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슬픔에 숨이 막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엔, 딱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로만... 그만큼만 울어냈다.  딱 그만큼 울어내면 다시 살아지곤 했다. 그에게 삶이란 이런 순환의 반복이었다. 종종 어떤 날은 많이 울어내야 하기도 했다.



물방울 인간은 따듯함이 그리웠다. 그 따듯함 옆에 있으면 울지 않아도 어느새 괜찮아지곤 했다. 어딘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곤 했다. 그 따듯함의 곁에서 슬픔이 조금이나마 증발해버린 것 같았다. 마음이 좀 뽀송뽀송해졌으면 좋겠다고 늘 바랐다. 그러나 이런 순간은 아주 가끔이었다.


혹은 그와 비슷한 만큼의 물방울을 가진 사람 옆에 있으면 편안했다. 일정한 습도가 유지되어 더 이상 덜어낼 필요도, 말려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울어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곁이었다.  


어느 날은 모조리 증발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내리는 비에 휩쓸려 땅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여기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깊은 한숨을 내뿜어 보기도 한다. 그러면 이런 척척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마를까 싶어서...  어떤 날엔, 슬픔을 조금 덜어내기 위해 울어낼 힘조차 없어 보이는 물방울 인간이 애처로이 보이기도 했다.



오늘 나는 거울 속에서 물방울 인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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