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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혜 Jul 07. 2022

작은 것들이 주는 위로

미스김 라일락, 그녀가 나를 위로하네

#1. 미스김 라일락


오래전, 한 외국인이 이 식물을 발견했을 때 이 발견하도록 도와준 한 여인의 성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소담하지만 바람결을 닮은 가지와 그 가지에 매달린 작은 잎들은 가지를 타고 날아든 바람에 흩날리는 여인의 치마를 닮았다.


아름다운 자태에 반해 '미스김 라일락'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녀를 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았다. 집에 온 지 채 2주가 지나지 않아 뾰족하게 솟아있던 가지 옆으로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단단한 곳을 뚫고 가장 여린 것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가장 늦게 돋아난 가장 어린잎은 단단한 줄기의 껍질을 뚫고 연두빛 제 몸을 야무지게 기지개하듯 펼쳐냈다.


연하 다하여 연약하다 말할 수 있을까.
딱딱하다 하여, 단단하다 하여 강하다 말할 수 있을까.

연약함과 강함의 경계는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가장 연한 어린잎은 이미 알고 있기에 제 몸을 단단한 줄기 밖으로 내보을까.


지금은 가장 약한 존재일지라도 차츰 굵은 줄기가 되고 기둥이 되어 다음의 여린 것들이 돋아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줄 강한 존재가 되어주리라는 것을... 강함과 연약함의 정의는 시시때때로 다르다. 그리고 그 둘은 끊임없이 강약을 순환한다.



내 안에 움트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모양으로 피어나게 될까 궁금하다.
내가 뚫고 지나가야 했던 그 단단함을, 나는 지났을까... 아니면 지나고 있을까 묻게 된다.


여린 잎이 자신을 믿고 단단한 줄기 밖으로 나아가듯, 나도 그러하고 싶다.
연약함 속에 내재된 부드러운 강인함을 닮고 싶다.
그것이 펼쳐져 무엇이 될지, 무엇을 그려낼지 알 수 없는 일지라도 나아가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그러기에 삶이란 것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전부를 주었던 사람이 거둬간 세상 속에서 이제 나의 세상을 걸어보려 한다.



식탁 위에 놓인 '미스김 라일락'을 보며 묘한 위로를 받는다. 그래서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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