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부딪히는 우리, 그래도 다시 뭉치는 우리에 대하여
요즘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습니다.
무심코 꺼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겐 "너는 그쪽이구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요.
가족끼리도, 친구 사이에도, 직장 동료 간에도 정치 이야기는 슬며시 피하게 됩니다.
뉴스를 틀면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말만 가득합니다.
댓글 창은 전장 같고, 서로의 생각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이 나라는 둘로 나뉘었다"라고.
그런데, 문득 오래전 들은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일본 사람들은 밀가루 같고, 우리는 돌멩이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평소엔 각지고 부딪히며 살아가지만,
위기 앞에선 돌멩이처럼 단단하게 뭉치는 게 우리 민족이라는 이야기였죠.
생각해 보면 조선 시대에도 우리는 늘 나뉘어 있었습니다.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붕당 정치의 폐해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사상과 학문, 제도도 태어났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건 때때로 불편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우리는 발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기름으로 뒤덮인 서해안을 맨손으로 닦아낸 사람들,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마을에 생필품을 들고 달려간 이웃들,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집 안 서랍을 뒤져 금반지를 내놓던 평범한 시민들.
그때 우리는 묻지 않았습니다.
누가 어느 편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마음을 모았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결국 서로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 저는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됩니다.
서로를 향해 던지는 말들 속에
분노만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그 본심이 방향만 달라 충돌하는 건 아닐까요?
어쩌면 지금의 혼란도
우리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성장의 진통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부딪히며 깎여 나가는 돌멩이입니다.
하지만 깎여 나간 면들 덕분에
서로 더 단단히 붙을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흘러가고,
돌멩이들도 흘러가다 보면 결국 둥글게 다듬어지니까요.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돌멩이 같은 사람들이고,
언젠가 또다시 거센 물살 앞에서
똘똘 뭉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요.
갈등의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작은 희망 하나가
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우리를 다시 이어 줄 거라고,
오늘도 조용히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