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의 말이다.

by 천재손금

진실은 가장 조용한 말 안에 숨어 있다.
가끔은 아무 말도 듣지 않았는데 마음이 이상하게 아려올 때가 있다.
누가 나를 탓한 것도 아닌데, 괜히 움찔하게 되는 말 한마디가 공기처럼 흘러와 내 안 어딘가에 닿는다.


“그건, 너의 말이다.”


짧지만 피할 수 없는,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던 문장.
누가 한 말인지도 잊혔는데도, 그 의미만은 또렷이 남아 마음 어딘가를 오래 두드린다.



그날, 우리는 오래된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이 자리에 우리를 저버릴 사람이 있어.”
공기는 갑자기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서둘러 고개를 저으며 자신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중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는 그를 바라보며, 부드럽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너의 말이다.”


그 말엔 꾸짖음도 없었고, 어떤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더 깊이 박혔다.
누군가를 몰아세우지 않고도, 사람은 스스로 내뱉은 말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진실은 꼭 큰소리로 밝혀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 한 줄에 조용히 깃들어 있다.
그걸 듣는 순간, 나조차 눈치채지 못했던 내 마음의 방향이 드러난다.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온다.
누구도 나를 정죄하지 않았는데 어딘가 아린 감정이 밀려오고,
나는 결국 그 말 앞에 멈춰 서게 된다.


“그건, 너의 말이다.”


그것은 타인의 문장이 아니라,
내가 이미 알고 있었던 진실이 나를 향해 조용히 돌아오는 순간이다.

나는 언제 그런 말을 들었을까.
혹은, 언제 그런 말을 누군가에게 건넸을까.
말은 사라지지만, 말이 남기는 감정은 오래 머문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자신의 말로 인해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시간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겪게 된다.

그리고 오늘도, 무심코 내뱉은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
거울처럼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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