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아들은 불효자이다.

(반박하면 더 불효자)

by 천재손금

엄마는 1943년생이시다.
1996년, 아버지를 먼저 보내드리고
그 후로 삼십 년 가까운 시간을 혼자 살아오셨다.
아들 셋, 딸은 없다.

나는 엄마를 평생 ‘엄마’로만 보며 자랐다.
매 끼니를 챙기고, 잔소리를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늘 단정하게 출근 준비를 하던 사람.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가 원래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무언가를 바르고 꾸미는 모습,
새 옷을 고르고 싶어 하는 마음,
누군가에게 예쁘단 말을 듣고 싶은 감정.
엄마에게는 그런 게 없다고
아니, 애초에 필요하지 않다고 믿었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의 화장품을 사본 적도 없고,
미용실에 함께 가본 적도 없고,
“예쁘다”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
엄마는 늘 단정하셨지만,
그 단정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묻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아들은, 친구가 되긴 어렵지.”
그 말이 웃으며 나왔는데
나는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걸렸다.
그건 오래된 외로움의 다른 말이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았다.

딸이 있었다면 달랐을까.
화장품 가게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엄마 이거 발라봐”라며 손을 잡아줬을까.
새 옷을 입은 날
“엄마, 진짜 예쁘다”
그 한마디를 선뜻해줬을까.

엄마는 그런 말들을
살면서 한 번이라도 들어보셨을까.
아들만 있는 집에서,
엄마는 평생 ‘여자’로 존재할 수 있었을까.

나는 늦게 알았다.
엄마도 여자였다는 걸.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예뻐지고 싶고,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었다는 걸.

많은 남자들이
자기 딸에게는 “예쁘다”, “소중하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낳고 길러준 여인에게는
그 어떤 말도 남기지 않는다.

엄마는 그렇게
‘여자 아닌 엄마’로 살아오셨다.
그게 원해서가 아니라
그렇게밖에 할 수 없어서였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어쩌면
엄마의 유일한 잘못은
아들 셋을 낳은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여자로서의 생을
단 한 번도 설명받지 못하게 만든 선택.

나는 그 말이 아프다.
그리고 이제라도,
그 침묵 속에 있었던 마음을
늦게나마 알아주고 싶다.

엄마는 여자였다.
처음부터 그랬고,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들은 불효자다.
이 말 앞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아들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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