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대원의 하룻밤

by 천재손금

쓰러지고.
죽고.
태어나고.
이것이 구급대원의 하룻밤이었다.



불향 족발을 앞에 두고 있던 저녁이었다.
직원이 쏜 야식 덕분에 오랜만에 웃음이 오갔다.
딱 그때, 출동 지령이 사무실을 울렸다.

“○○펌프, 구급차, □□ 사거리 오토바이대 승용차량 교통사고 출동하세요. 오토바이 운전자가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다는 신고입니다.”

조금만 늦게 걸렸다면, 한 입은 먹었을까.
우리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에 올랐다.
심각한 상황이 아니길,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현장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고, 그래서 더 끔찍했다.
스쿠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고
운전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머리와 다리에서, 아주 선명하게..
자동차 운전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나는 펌프차 대원들에게 교통 통제를 지시하고
구급대원이 응급처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플래시를 비춰주며 옆에 섰다.
그 순간,
상처 부위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처음 알았다.
피가 번들거리고, 살이 갈라진 부위가
손전등 불빛 아래 너무 선명하게 들어왔다.
숨이 약간씩 흔들렸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팀장이 된 지는 얼마 안 되었고,
그날의 현장은 아직도 내겐 버겁기만 했다.
그럼에도 구급대원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최초 반응 확인부터 상처 소독, 지혈까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한 동작도 망설이지 않았다.

환자가 이송되고,
사고 현장은 경찰에게 인계되었다.
센터로 복귀하니 야식은 이미 식어 있었다.
냄새조차 역하게 느껴질 만큼.
다들 말없이 자리에 앉았지만, 먹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뒤, 구급대원들이 돌아왔다.
불어 터진 비빔면을 숟가락으로 천천히 떠먹던 그들에게
다시 출동지령이 걸렸다.

“○○아파트 000동 0000호 69세 남자가 쓰러졌는데 맥박과 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해요.."

심정지 환자 출동이었다.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은 다시 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복귀한 그들의 발걸음은 더 무거웠고,
표정은 더 굳어 있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우리는 굳이 묻지 않았다.

그날 밤,
누군가는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에 다시 사무실로 나가보니,
구급대원들은 그 사이 또 출동을 다녀온 뒤였다.

사무실 한편에서,
구급대 막내가 책상에 앉아 조용히 보고서를 쓰고 있었다.
특이 출동 보고서였다.
강력범죄나 폭행, 자살 같은 긴박한 상황일 때만 작성되는 문서였다.
나는 긴장한 채 조용히 그가 보고서를 다 쓰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막내가 조용히 서류를 들고 왔다.
나는 그 종이를 받아 들자마자


한 줄을 넘기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날 밤 마지막 출동은
화장실에서 갑작스레 시작된 어느 산모의 분만이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구급대원은,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은 산모 앞에서
양수로 젖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기를 받아냈다고 한다.

태어난 아기는 울지 않았다고 한다.
막내는 탯줄을 정리하고,
기도를 확보하고,
작은 가슴 위에 손가락 두 개를 올려
미세하게 압박했다고 했다.
그러자 작고 짧은 울음이 새어 나왔다고 했다.
그 순간,
방 안에 생명이 채워졌다고 한다.

산모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아기를 안은 채 구급차에 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두 생명은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쓰러지고.
죽고.
태어나고.
이것이 구급대원의 하룻밤의 이야기였다.


어쩌면, 우리는 이 말을 그들에게 더 자주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고생 많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이 글은 『친구에게 들려주는 소방관 이야기』 브런치북에 실린 글을 바탕으로 리라이팅 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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